‘親기업 보우소나루’ 기대 무산되자
증시 폭락…주식 매각·IPO도 보류
환율·채권금리 일제히 ‘패닉’ 상태
재정지출 확대, 인플레이션 등 전망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시장의 베팅과 달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브라질 통화와 대표 주가지수가 10% 넘게 하락하는 등 브라질 경제가 ‘패닉’에 빠졌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매물이 쏟아지면서 당국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 7개월만의 일이다. 한국의 코스피에 해당하는 브라질 이보베스파 지수는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에도 14%나 추가로 떨어져, 전장보다 17% 하락한 16만989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이보베스파 지수 구성 종목의 절반 이상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일부는 최대 60%까지 떨어졌다. 소형주는 굴곡이 더 컸다. 상장 소매업체와 주택건설업체 대부분이 포함된 소형주 지수는 27% 하락해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브라질 증시의 추락은 선거 이후 훈풍이 부는 주가를 활용해 실탄을 장전하려던 기업들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 기업들은 친(親)기업 정책을 내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고, 선거 이후 주식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벤트 효과’로 상승한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 후속 투자로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계획한 자금 조달 규모만 6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승리하고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날아갔다. 투자은행들은 보우소나루 승리를 전제로 기업들이 향후 6개월 동안 약 300억헤알을 조달할 것이라 내다봤지만, 다음해 중반까지는 기업들이 어떤 주식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바꿨다. 해당되는 기업들은 전력 공급업체 에콰토리알과 유료도로 운영업체 에코로도비아스 인프라에스트루투라 에 로지스티카 등이었다.
민간은행인 방코 보토란칭, 상하수도 인프라 기업인 아제아 사네아멘토 에 파르티시파소이스 등 다음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온 기업들도 증시 폭락에 계획을 미루게 됐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는 이날 오후 거래에서 거의 8% 하락해 1999년 이후 최대의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전장보다 10.26% 급등(헤알화 가치 폭락)한 달러당 5.498헤알까지 갔다. 장 중 한때 12.37% 치솟은 5.604헤알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 시장의 충격은 채권 및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다음해 1월 만기인 예금금리선물(DI) 금리는 0.3%포인트, 2031년 1월 만기 금리는 3.07%포인트 올라갔다. 브라질 재무부가 자국의 고정금리 채권을 되사들이기 위한 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뒤 스와프 금리는 다소 안정됐다. 그러나 브라질 자산의 급락은 룰라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국내총생산(GDP)의 9%를 넘는 명목 재정적자를 억제하기 역부족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일시적이라 볼 수 없다.
블룸버그는 룰라 행정부가 사회복지 혜택을 유지하고 신용공급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한편, 공공재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로 세입 증가에 의존한다면서, 영세사업자에 대한 부채 탕감 등 최근 발표한 조치들이 재정 상황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본토벨 퀄리티 그로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키아라 살기니는 “선거 때의 수사는 이제 경제 현실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룰라가 승리한 뒤 JP모건은 브라질 통화와 금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시장비중으로 낮췄다. 브라질의 투자은행 브라데스코 BBI는 브라질 주식에 대한 전망을 중립으로 낮췄다.
뱅가드 액티브 펀드의 국제금리 책임자인 알레스 코우트니는 “이번 결과는 현 정책의 연속을 의미한다. 재정지출 확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더 많은 공공투자”라고 짚었다. 그는 “브라질의 현재 재정 상황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여지는 제한적이며, 높은 실질금리를 유지할 필요성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