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검증 4~5년, 장기 안정성 강조
파운드리도 국내기업 우선 활용 의지
“자동차 반도체 국산화 노력과 투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장의 재무적 성과보다 멀리 보고 하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
이규석(사진) 현대모비스 사장은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해외에 의존해온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바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공동 개발 중인 차량용 시스템반도체가 현대차·기아의 양산차에 처음 탑재되는 목표 시점은 2029년”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부터 개발 중인 반도체를 차량 개발 초기 단계의 시험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ASK 출범 이후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19건의 협업 과제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13종의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9종은 현대차·기아와 협의해 적용을 목표로 하는 양산 차종까지 선정한 상태다.
이 사장은 “반도체 개발을 마치고 신뢰성 검증을 거치더라도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양산까지 4~5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단가가 낮고 첫 차종에 적용된 이후 검증을 거쳐 후속 차종으로 확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현대모비스의 매출과 이익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지금 이런 노력과 투자를 하지 않으면 향후 부품 사업은 물론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사업에도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가 갖는 장기적인 사업성에 주목했다. 그는 “모바일이나 통신용 반도체는 제품 교체 주기가 짧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한 번 개발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며 “자동차 한 모델의 수명은 보통 4~5년이고, 개발한 반도체를 두 개 차종까지 적용할 수도 있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수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생산 기반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되, 국내 생산이 어려운 제품에 한해 해외 업체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적으로 해외 파운드리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국내 파운드리를 우선 활용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율은 여전히 5%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이 사장은 “현대모비스가 완성차 업체의 수요와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을 연결하는 역할을 통해 국내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