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반도체 포럼 열고 국산화 주도
협업 19건 발굴…9종 적용차종 선정
산업부·현대차·LG 등 ‘원팀TF’ 출범
설계·검증·양산…국산화 협력도 강화
현대모비스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13종의 국산화 개발에 착수했다. 오는 2029년 현대자동차·기아 차량에 국산 반도체를 탑재하겠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9종은 적용을 목표로 하는 차종까지 선정했다.
현대모비스는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이동재 SK키파운드리 대표이사 등 기업 경영진과 정부·학계 관계자 약 90명이 참석했다.
ASK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등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지난해 출범시킨 협의체다. 지난해 27개였던 참여 기업·기관은 올해 53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는 약 95%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위기에 취약한 구조다. 실제 2021년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지난해에도 중국과 네덜란드 간 갈등으로 공급 불안이 재연됐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개발부터 양산까지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총 19건의 공동 개발 과제를 발굴했다. 이 중 13종은 실제 개발을 시작했고, 9종은 현대차·기아에 적용할 양산 차종까지 선정했다. 단순한 기술 교류와 협력 논의를 넘어 현대차·기아의 실제 차량 탑재를 목표로 공동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규석 사장은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기업으로서, 그간 축적해 온 다양한 노하우를 적극 공유하겠다”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높은 진입장벽을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각자의 장점을 연결하고 개발부터 검증과 양산까지 함께 책임지는 전 주기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산업통상부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LG전자가 주도하는 ‘차량용 반도체 원팀 태스크포스(TF)’도 출범했다. 개별 기업 간 협업을 넘어 정부와 주요 수요기업이 함께 국산화 과제를 발굴하고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는 개발 초기부터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성능과 품질, 탑재 일정 등을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는 “시스템과 제어기 관점에서 미래 핵심 반도체의 요구사항과 기술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겠다”면서 “완성차와 함께 차량에 적용할 기능과 품질 기준, 적용 시점, 목표 차종 등을 조기에 구체화하고, 검증과 양산을 거쳐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수요 기반 개발체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협력은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차량의 각종 장치를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비롯해 통신·전원 관리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추진한다.
전기차의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전력반도체도 주요 협력 대상이다. 현대모비스는 탄화규소(SiC) 반도체와 IGBT 등의 개발·양산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정부·SK키파운드리와 협력해 국내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체 반도체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현대오트론으로부터 반도체 사업을 넘겨받은 이후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를 중심으로 설계 역량을 키워왔다. 현재 전원과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 등에 사용하는 시스템반도체 16종을 직접 설계해 외부 파운드리에서 연간 약 2000만개 생산하고 있다. 전력반도체의 경우 반도체부터 파워모듈, 인버터, 모터, 전동화 구동시스템(PE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품질과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천안 차량용 반도체 지원센터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포럼에서 발굴한 협력 과제를 정부 연구개발(R&D) 사업과 연계하고, 별도 협의체를 통해 개발 일정과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탑재할 로봇용 반도체 개발 추진 계획도 밝혔다. 올해 초 아틀라스에 들어가는 액추에이터 공급을 확정한 데 이어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반도체까지 국산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을 추진하는 제품은 로봇용 모터구동 집적회로(IC)와 전원 IC 두 종류다. 모터구동 IC는 로봇의 움직임과 힘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전원 IC는 각 부품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장은 “지난해 첫 포럼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가전·모바일·산업용 반도체 기술을 차량용으로 확장하고 공동 개발하는 기회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실제 제품 개발과 차량 적용,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한층 고도화된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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