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치 토시유키 키우치 주조 대표 인터뷰
사케·맥주·위스키 제조…총 45개국 수출
지드래곤과 협업 ‘데이지 에일’ 맥주 유명
지역 농가·기업과 상생하는 ‘선순환’ 강조
“오사카와 도쿄의 음식 맛이 서로 다르고, 한국과 일본의 음식 맛도 다른 것처럼 술의 맛도 다릅니다. 그래서 일본의 맛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주조 명가 ‘키우치 주조’의 대표인 키우치 토시유키(63)는 2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키우치 주조가 중시하는 경영 철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키우치 주조의 경영 철학은 ‘코다와리(こだわり)’라는 일본어 단어로 표현된다. ‘고집’이나 ‘집념’, ‘장인정신’ 등을 나타내는 코다와리는 사내 도메인으로 쓰일 정도로 키우치 주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키우치 주조만의 ‘코다와리’에 대해 “일본의 술을 만드는 일본 기업이고, 키우치 주조의 장점 중 하나는 제품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판매한다는 점”이라며 “세계에 팔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답은 결국 ‘일본다운 것’을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난 재료로 일본에서 술을 만드는 것이 키우치 주조의 지향점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키우치 주조는 1832년 일본 미토번 히타치(현재의 이바라키현 나카시)에서 코노스 마을의 촌장 키우치 기헤이에 의해 설립됐다. 일본 술인 사케(일본 청주)양조로 시작해 맥주와 위스키, 와인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키우치 주조는 전 세계 4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도쿄와 이바라키 지역에선 식음료(F&B) 매장 총 16곳을 운영 중이다.
또한 이바라키 지역 농가나 기업과의 ‘상생 선순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령, 농가가 수확했지만 판매하기 어려운 과일을 맥주 원료로 활용하거나, 포장 상자나 라벨 인쇄 등도 지역 내 가업을 잇는 젊은 사업가에게 응원과 함께 일을 맡기는 식이다.
맥주 제조는 1996년부터 시작했다. 그 시절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사업은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나 부유층들이 수십 억원씩 투자해야 시작할 수 있었다. 키우치 대표는 “작은 사케 회사여서 대형 설비를 살 자금이 없었다”며 “그래서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직접 해보는 태도’는 키우치 주조의 사내 문화가 됐다.
키우치 대표는 “다른 업체들은 미국 맥주를 따라 하면서 IPA나 미국식 맥주를 만들었지만, 유행한다고 해서 미국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일본다운 맥주, 일본 스타일의 에일을 만들었다”며 “오히려 그 점이 지금 세계 각국에서 팔리는 이유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키우치 주조의 맥주 ‘히타치노 네스트’는 일본 국제 맥주 대회에서 ‘월드 챔피언 맥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엔 가수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해 ‘데이지 에일(Daisy Ale)’이란 이름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키우치 주조 측은 “아무리 유명한 인물이나 기업의 제안이 와도 누구나 협업하진 않는다”며 “상대의 인물상·브랜드 이미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회사의 철학과 맞는 대상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키우치 주조는 위스키(히노마루 위스키)에 대해서도 ‘일본다운 맛’을 고집한다. 키우치 대표는 “다른 주류와 마찬가지로 일본산 원료를 사용해 일본에서만 만들 수 있는 술을 만들겠다는 고집을 가지고 있다”며 “외국에서 기계와 보리를 모두 가져와 외국 방식으로 만들면, 단지 일본에서 생산했단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했다.
키우치 주조의 사케·맥주·위스키 등은 모두 ‘음식과 함께 마실 때 맛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키우치 대표는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전날 오후 씨에스알와인 주최로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한 일식당에서 열린 테이스팅 디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테이스팅 디너에선 “음식을 먹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술”인 키우치 주조의 술과 함께 일식 코스 요리가 제공됐다. 키우치 대표는 “초밥·회·고기 등 여러 음식과 마실 때 지나치게 강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사케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년 역사의 키우치 주조의 다음 모습은 ‘신설 증류소’와 ‘사케 브랜드 리브랜딩’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키우치 주조는 기존 이바라키현 이시오카시의 ‘야사토 증류소’에 이어, 태평양 연안 오아라이정에 ‘이소노하마 증류소’를 내년 봄 가동 예정이다. 새 증류소에선 해조류로 맥아를 훈연하고, 바닷바람이 부는 환경에서 원액을 숙성하는 등 해안 지역 특색을 살린 위스키 제조에 도전한다. 키우치 대표는 “야사토는 산속에 있지만 이소노하마는 바다에서 1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바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위스키가 만들어진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케 브랜드 리브랜딩의 핵심은 ‘오리지널로의 회귀’로 압축된다. 현재 키우치 주조의 대표 사케 브랜드는 ‘기쿠사카리’지만, ‘키우치’라는 이름의 사케 출시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키우치 대표는 “대량생산으로 많이 팔아 이익을 내는 방식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100년, 200년 전 사람들이 만들던 방식으로 진정한 크래프트 위스키와 크래프트 맥주, 크래프트 사케를 만들고 싶다”며 “사케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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