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수송 지속가능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개최..재정 위기 진단·정책대안 등 제시
초고령화로 ’50년 순손실 3조 원대, 설문결과 국민 73.6% “정부·지자체가 재원 부담해야”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가 어르신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고립을 막음으로써 연간 65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사회적 편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급격한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국민 10명 중 7명은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 지원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는 22일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가능 방안 마련 연구용역’의 최종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공동 발주한 이번 연구용역은 대한교통학회가 수행을 맡았다. 지난 7월 착수 보고회를 시작으로 약 4개월 만에 최종 보고서가 마무리됐다.
보고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도시철도 재정 위기를 진단하고, 대국민 인식 조사와 노인 무임 수송의 사회적 가치 분석을 바탕으로 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대안과 시나리오별 재정 효과를 제시했다.
노인 무임 수송 연간 6506억 원의 사회적 가치 창출... “공공투자 역할”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철도 무임 수송이 어르신의 외부 활동을 유발 및 유지시킴으로서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은 2025년 기준 연간 총 6천50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야별 편익은 ▷건강 분야 3천386억 원(자살·우울증 예방, 주요 질환 감소, 병원 방문 시간 절감 등) ▷교통·환경 분야 2천293억 원(차량운행비 절감, 교통사고 감소, 환경오염 저감 등) ▷경제 분야 827억 원(지역상권 소비 활성화) 등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는 무임 수송이 단순 운임 감면을 넘어 국가 복지 재정 등을 절감하는 ‘공공투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분야 3386억 원은 자살 예방 1421억 원, 우울증 예방 742억 원, 주요 질환 감소 861억 원, 장기 요양 진입 감소 198억 원, 병원 방문 시간 절감 163억 원 등이다.
교통·환경 분야 2293억 원은 차량운행비 절감 1585억 원, 교통사고 감소 549억 원, 환경오염 저감 159억 원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2035년 8983억 원, 2050년 1조 598억 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화율은 ▷2025년 21.2% ▷2030년 25.3% ▷2040년 34.3% ▷2050년 40.1%로 예상된다.
국민 51.5% “무임수송 제도 유지 필요”… 재원 부담은 “중앙정부” 최우선
그러나 무임 수송의 사회적 가치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제도 유지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운영기관의 재정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장래 재무전망 분석 결과,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합계 당기순손실은 2025년 1조 4821억 원에서 2030년 1조 9139억 원, 2050년 3조 1486억 원으로 추산됐다.
무임 수송 제도의 재원 부담 주체에 대해 국민의 73.6%는 국가 및 지방정부의 재정적 책임을 요구했다. 대한교통학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임수송제도 인식 조사에서 재원 부담 주체와 관련 “중앙정부가 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41.7%, ‘지방자치단체’가 31.9%를 차지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 자체 부담’ 응답은 9%에 불과했다.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유지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1.5%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4.1%,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24.4%로 집계됐다.
국내와 달리 프랑스·독일·영국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은 정부가 결정한 교통 복지 목적의 운임 감면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손실을 전액 또는 분담 보전하는 원칙을 확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는 교통조세(Versement Mobilité) 및 지자체 재정을 통해 감면 손실을 보전하며, 독일은 법령에 의한 교통약자 할인 손실을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분담한다. 영국 역시 노인 무임승차 제도로 발생하는 운영기관의 수입 감소분을 지방교통청(TfL 등)이 전액 보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한교통학회는 정부가 도시철도 비수혜 지역과 다른 교통 복지 사업 간 형평성을 이유로 무임 수송 국비 지원에 반대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정부 부처별로 다양한 이동권 보장과 교통 복지 증진을 위한 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의 모두의 카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형 교통모델,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근로자 교통비 지원, 해양수산부의 도서민 여객선 운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정책 간 형평성과 지원의 일관성 차원에서 도시철도 무임 수송에 대한 국비 지원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합리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 부처 협의체 구성·70세 연령 상향 등 제도 지속 위한 정책 대안 제시
보고서에는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대안도 담겼다. 우선, 무임 수송은 노인복지법등에 근거한 노인복지 서비스인 동시에 국민의 이동권 보장과 직결되는 만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도출됐다. 이를 통해 제도 운영에 따른 부처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원 대상·이용 실적 기반 비용 산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노인 무임 수송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령 상향에 따른 장래 수요 변화와 재정 영향을 추정한 결과, 기관별 차이는 있으나 완전자본잠식 상태 진입 시점이 최대 2년가량 늦춰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3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하지만, 무임 수송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그 시점이 2034년으로 1년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령 상향만으로는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국비 지원을 포함한 재원 분담 체계 개선과 제도 합리화를 병행해 무임수송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무임수송제도 유지를 위한 공공 재정 투자는 충분한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 정책적 선택으로 평가됐다”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와 정부 등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관계 기관 간 합리적인 재원 분담 체계 마련과 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공감대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