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에 ‘2027 경제계 정책의견서’ 제출
10개 분야서 119건 과제 건의
“여러 부처 분산된 규제 거치다 기회 놓칠 수 있어”
우주예산 확대·석화 설비 철거비 지원 건의도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AI(인공지능)·로봇·자율주행 등으로 흩어진 법체계를 정비해 피지컬 AI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규제 특례와 실증 절차를 거치다 자칫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경협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7 경제계 정책의견서’를 지난 19~20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업 현장 의견을 수렴해 AI 대전환과 첨단·에너지 산업 경쟁력, 노동시장 등 10개 분야의 개선 과제 119건을 제시했다.
먼저 AI 분야에선 피지컬 AI 생태계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요구했다. 피지컬 AI는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히나 관련 법체계는 AI·로봇·자율주행·드론 등 산업 분야별로 흩어져 있다. 반면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피지컬 AI 관련 조례를 시행하거나 국가 전략을 수립해 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경협은 피지컬 AI 지원을 위한 근거법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시범 운영지역 지정·운영 방안, 고도화된 성능인증 체계 마련, 학습을 위한 개인정보·영상정보 활용 특례 등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첨단산업으로 육성 중인 우주항공 산업 예산 확대도 촉구했다. 우주항공청 출범으로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우주예산은 2024년 기준 6억달러로 미국의 0.8%에 불과하다.
한경협은 IT 제조 강국의 역량을 살려 우주산업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위성통신 서비스와 지상 장비 등 위성통신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책연구소 기술의 민간 이전 확대, 위성·발사체 관련 기술의 국가전략기술 추가 지정도 건의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석유화학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지원을 요구했다. 석유화학 설비는 남은 화학물질과 위험물까지 처리해야 해 일반 공장보다 철거 비용이 훨씬 크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의 증설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설비 감축과 사업재편이 추진되고 있지만 문을 닫는 설비의 철거·환경 복구 비용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노동 분야에서는 투자·인력 배치 등에 대한 교섭 범위 축소를 요구했다. 한경협은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교섭·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현장의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투자·인력배치 등 경영권 고유 사항과 공장 이전·신설에 따른 근무지 이동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65세 정년연장도 일률 적용보다 퇴직 후 재고용 등 기업이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제 분야에서는 정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의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안은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로봇부품 등 6대 분야만 지원해 정부의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다른 전략 품목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민간의 투자와 혁신이 살아나려면 기업 현장의 걸림돌을 빠르게 걷어내야 한다”며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내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계의 의견이 정부와 국회의 정책 입안 과정에 적극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jeongw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