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국화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이 미생물을 소재로 전시회를 연다. 개인전 ‘시어무형(視於無形) 청어무성(聽於無聲): 생명과 존재를 향한 회화적 사유가 그 주제다.

21일 학고재는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24일(토)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동안 이어온 ‘이미지 변환’ 연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지가 맺히기 이전의 움직임과 생명 자체로 시선을 돌린다.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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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무형(視於無形) 청어무성(聽於無聲)’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고, 소리 없는 것에서 듣는다’는 옛 경구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전시는 눈에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존재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의 지각이 다다르지 못하는 지점에서도 무수한 생명과 물질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이이남은 용소폭포에서 직접 물을 채집해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육안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었던 미시의 영역과 마주한다. 용소폭포에서 시작해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은 생명의 근원을 바라보는 출발점이자 작가 자신의 뿌리를 되짚는 장소다. 한 방울의 물속에서 태어나 움직이고 소멸하는 작은 생명의 흔적을 따라가며, 생명의 기원과 존재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향하는지를 질문한다. 확대된 유기체의 형태와 이동, 그리고 군집이 그려내는 선의 자취는 마치 산맥의 능선을 연상시킨다. 때로는 유려하게 흐르거나 구름과 안개처럼 흩어지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낯익은 표면을 깊이 파고들수록, 세포와 입자로 이루어진 또 다른 결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산수(山水)’를 해석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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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의 ‘형상 없음’은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아직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기 이전의 상태, 유동적인 순간을 뜻한다. ‘소리 없음’ 역시 완전한 침묵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청의 문턱을 넘어선 곳에서도 파동은 이어지며, 감각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현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눈과 귀가 닿지 않는다는 사실은, 인간이 포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실재를 규정해 온 시각에 균열을 낸다.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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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고, 소리 없는 것에서 듣는’ 행위는 익숙한 감각의 테두리를 벗어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존재까지 시야에 담으려는 태도이다.


tig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