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
설비투자 중 車 외 리스 비중 21%→1.3%
GPU·물류로봇 등 미래산업 물적금융 확대 강조
車담보대출 중금리 인정도…금융위 “제도 정비 추진”
[헤럴드경제=김서현 기자] 자동차 할부금융에 집중된 캐피탈사의 사업 영역을 로봇과 인공지능(AI) 인프라 등 미래산업 설비금융으로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캐피탈사가 축적한 자산가치 평가·관리 역량을 활용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지원하고, 이를 위해 중고차 매매와 보험 판매 등 업무범위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신용카드학회 주관으로 열린 ‘2026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에서는 캐피탈사의 생산적·포용금융 역할 확대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국내 리스산업이 자동차금융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설비투자에서 자동차 외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1.0%에서 2025년 1.3%로 급감했다. 반면 지난해 리스 실행액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1.6%에 달했다.
윤 실장은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향후 5년간 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빠져 있는 부분이 리스와 물적금융이라고 생각한다”며 “AI 산업에 투자하려면 GPU 같은 시설투자가 필요한데 이런 자산의 잔존가치에 따른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캐피탈사의 자산관리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PU 서버와 데이터센터 설비, 물류로봇 등 미래산업 자산은 기술 변화에 따라 가치가 빠르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잔존가치에 따른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리스회사의 수익성이 달라진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관리하면서 필요한 기업에 금융을 공급할 전문성을 갖춘 회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규제 개선도 제안했다. 윤 실장은 “캐피탈사에 중고차 매매·보험 판매 등을 허용해 기존 자동차 리스의 자산관리·서비스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여기서 쌓은 자산관리 역량을 미래 모빌리티와 AI·로봇 등 다양한 설비금융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피탈사의 기업금융과 투자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자본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규림 삼정KPMG 경제연구원 상무에 따르면 캐피탈사 55곳의 총자산은 2020년 말 178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63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비중은 31.4%에서 36.1%로, 투자성 자산 비중은 10.8%에서 15.9%로 높아졌다.
김 상무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기 전부터 캐피탈사의 자산구조가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과 투자금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며 “생산적 금융을 단순한 정책 대응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산의 실제 위험 수준에 맞춰 자본규제를 정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현재 캐피탈사의 자본규제에는 자산별 위험가중치 체계가 없어 고위험 자산에 대한 규제나 생산적 금융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자산의 손실률과 회수율 등을 고려해 자본부담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금융의 투자 기능에 맞춰 출자·투자규제도 합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자동차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업용 차량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는 차가 없으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차량을 계속 사용하면서 이를 담보로 필요한 자금을 빌리고, 영업수익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일정한 금리와 소비자 보호 요건을 충족하는 자동차담보대출을 중금리대출로 인정하고,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담보대출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중금리대출에서 제외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리스자산 규모에 연동된 렌탈업 규제를 개선하고 은행과 캐피탈사의 공동대출·연계금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주의 현금흐름을 반영한 대출심사와 연체 발생 전 상환 지원 확대도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당국도 캐피탈사의 역할 확대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6일 임명된 신진창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캐피탈의 기업금융 규모가 근 100조원에 달한다”며 “첨단산업의 설비투자와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 생산적 금융의 든든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부위원장은 “정부 역시 캐피탈 산업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업계의 자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ns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