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500만 그루’ 재가동, 서대문 ‘30만 그루’ 도전…폭염 대응 넘어 생활권 녹지망 구축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가 나무 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포구는 민선 7기 대표 녹색정책이었던 ‘5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민선 9기에 다시 시작했다. 서대문구도 2030년 상반기까지 나무 30만 그루를 심어 구민 한 사람당 한 그루의 나무를 갖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두 자치구가 잇달아 대규모 나무 심기에 나선 것은 나무가 단순한 도시 장식물이 아니라 폭염과 도시열섬에 대응하고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도심의 그늘과 녹지는 주민의 건강과 보행환경, 휴식 공간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나무 심기가 도시환경 정책을 넘어 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마포, 중단됐던 500만 그루 사업 다시 시동
마포구의 ‘다시 500만 그루 나무 심기’는 과거 정책의 연속성과 재추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마포구는 민선 7기 당시 서울 자치구 최초로 5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을 추진했다. 민선 9기 들어 유동균 구청장이 다시 핵심사업으로 내걸면서 재추진에 들어갔다.
구는 오는 2038년 6월까지 500만 그루 이상을 심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원과 가로변은 물론 학교, 공동주택, 민간 유휴공간까지 식재 범위를 넓히고 주민과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녹지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횡단보도와 교통섬에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를 심고, 가로수 사이에 띠녹지를 조성하며, 골목길과 자투리 공간도 녹색공간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나무를 심을 공간이 부족한 곳에는 이동형 화분을 활용하고, 주민이 직접 나무를 심고 가꾸는 참여형 사업도 확대한다.
지난 10월 7일 마포새빛문화숲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16개 동 주민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구청 1층 로비에는 식재 현황판도 설치됐다. 사업 진행 상황을 공유해 주민 관심과 참여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마포구의 과제는 과거의 식재 성과를 이어가는 동시에 나무 심기의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몇 그루를 심었느냐뿐 아니라 살아남은 나무가 얼마나 되는지, 그늘이 얼마나 늘었는지, 주민이 체감하는 여름철 보행환경이 개선됐는지까지 살펴야 사업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서대문, 30만 그루로 산·하천·동네를 잇는다
서대문구의 ‘나무 30만 그루 심기 프로젝트’는 도시 곳곳의 녹지를 연결하는 데 무게를 둔다.
박운기 구청장은 2030년 상반기까지 총 125억 원을 투입해 나무 30만 그루를 심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식재 수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산과 산, 산과 하천, 공원과 생활권을 연결해 도시 전체에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서대문구는 안산·인왕산·백련산·궁동산·북한산 등 5개 산과 홍제천·불광천 등 2개 하천을 품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도시의 자산으로 활용해 주민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도 숲과 그늘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은 숲길 생태 네트워크 구축, 생활권 공원 녹지 확충, 가로·하천 녹지축 연결, 민간 녹지 확충, 주민 참여형 기념식수 등 5개 분야로 구성됐다.
세부 계획을 보면 숲길 생태 네트워크에 40억 원을 투입해 5만 그루를 심고, 생활권 공원 녹지에는 34억 원을 들여 4만8000그루를 식재한다. 가로와 하천 주변에는 44억 원을 투입해 6만20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특히 전체 목표 물량의 40%인 12만 그루를 민간 개발사업과 연계해 확보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확보되는 공원과 녹지, 건축사업의 의무 조경 등을 활용해 별도의 식재 예산 부담을 줄이면서 도시 녹지를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주민 참여형 사업도 추진한다. 출생·결혼·입학 등 가족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1가구 1나무 기념식수’를 통해 주민들이 나무를 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꾸도록 할 예정이다.
서대문구는 지난 10월 16일 북한산 실락어린이공원 인근에서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식수 행사를 열었다. 주민과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여해 650㎡ 부지에 산벚나무·전나무·산단풍·산철쭉·황매화 등 7종 2500여 그루를 심었다.
나무 심기는 폭염 대응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
두 자치구의 사업은 공통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생활환경 개선을 지향한다. 하지만 추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마포구가 민선 7기의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대규모 식재 목표를 다시 추진하는 데 의미를 둔다면, 서대문구는 기존 산림과 하천을 활용해 녹지의 연결성을 높이고 민간 개발과 주민 참여까지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결국 두 사업의 성패는 나무를 심는 순간이 아니라 나무가 자라 도시의 환경을 바꾸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도심의 나무는 그늘을 제공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나무의 종류와 크기, 식재 위치, 토양과 물 관리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지역 여건에 맞는 계획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행정의 성과를 식재 수량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심은 나무의 생존율과 생육 상태, 실제 그늘 면적, 생활권 녹지 접근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마포구의 500만 그루와 서대문구의 30만 그루는 목표 규모가 다르지만 지향점은 맞닿아 있다. 나무를 통해 폭염에 대응하고, 주민들이 걷고 쉬는 공간을 바꾸며, 미래 세대에 더 나은 도시환경을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경쟁력은 건물의 높이나 도로의 넓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시원하게 걷고, 가까운 곳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쉬며, 녹색환경을 누릴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마포와 서대문이 심는 나무가 행정의 숫자를 넘어 주민의 일상 속 숲으로 자라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