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앳우드 마가렛 호웰 매니징 디렉터 인터뷰

영국서 셔츠 4000벌 수작업…오래 입을 옷에 집중

비이커와 손잡고 한국 진출…연내 매장 3곳 목표

지난 15일 캐롤라인 앳우드 마가렛 호웰 매니징 디렉터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지난 15일 캐롤라인 앳우드 마가렛 호웰 매니징 디렉터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마가렛 호웰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진정성’입니다. 좋은 옷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면서도 입는 사람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합니다.”

변화가 빠른 패션업계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내세우는 브랜드가 있다. 영국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마가렛 호웰’이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가렛 호웰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캐롤라인 앳우드 매니징 디렉터는 브랜드를 한 단어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마가렛 호웰은 ‘조용한 럭셔리’의 대표 주자다. 눈에 띄는 로고보다 소재와 품질로 승부한다. 1970년 디자이너 마가렛 호웰이 브랜드를 설립한 이후 50여년간 이어온 철학이다. 1990년 일본 기업 TSI홀딩스에 상당수 지분을 넘겼음에도 변하지 않았다. 유행에 따라 디자인을 급격히 바꾸기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한 셈. 진정성으로 브랜드를 설명한 것이 이 때문이다.

캐롤라인 디렉터는 2023년 11월 마가렛 호웰에 합류했다. 멀버리, 안야 힌드마치 등 패션 브랜드에서 30년 넘게 경력을 쌓은 그는 디자인과 리테일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그가 마가렛 호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제품의 완성도다. 출발점으로 꼽은 것은 소재다. 그는 “좋은 소재가 있어야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며 “오랜 시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고를 조립할 때 기본 블록이 필요하듯, 옷을 만드는 데도 좋은 원단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마가렛 호웰은 제조 업체들과 수십년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협력업체로 40년간 함께하고 있는 영국 방직 업체 ‘폭스 브라더스’를 뽑았다. 60년대 폴리에스테르가 등장하며 모직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폭스 브라더스는 아직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다. 가느다란 실을 촘촘하게 직조해 완성도 높은 원단을 만드는 기술력은 마가렛 호웰이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그는 “마가렛 호웰은 약 3000점의 아카이빙으로 축적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요즘 패션 브랜드들이 가짜같고 꾸며내는 느낌이라면 현실적이고 진정성있는 역사가 앞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재에 대한 고집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인 셔츠 제작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영국에 셔츠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별도의 워크룸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부터 마감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이곳에서 연간 생산하는 셔츠는 약 4000벌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옷은 입는 사람보다 앞서지 않는다. 옷이 사람을 압도하기보다 입는 사람의 개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옷과 조화를 이루고, 시간이 지나도 손이 가는 옷을 만드는 것이 마가렛 호웰의 지향점이다.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것은 캐롤라인 디렉터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는 브랜드에 합류한 뒤 가장 먼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브랜드의 강점과 보완할 점을 살폈다. 30년 넘게 패션업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를 모색하되, 브랜드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가치와 역사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했다.

브랜드의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캐롤라인 디렉터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통이다. 그중에서도 ‘듣는 일’이다. 그는 “마가렛 호웰에는 10~30년씩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많다”며 “이들이 쌓아온 노하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캐롤라인 앳우드 마가렛 호웰 매니징 디렉터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지난 15일 캐롤라인 앳우드 마가렛 호웰 매니징 디렉터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지난 15일 캐롤라인 앳우드 마가렛 호웰 매니징 디렉터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지난 15일 캐롤라인 앳우드 마가렛 호웰 매니징 디렉터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한국 시장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택했다. 마가렛 호웰은 지난달 삼성물산 패션부문 편집숍 플랫폼 비이커와 독점 유통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매장을 열었으며, 연내 3곳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본토에서 매장을 7개 운영 중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종로에서 진행하는 팝업스토어도 브랜드 역사와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국의 헤리티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며 “단순히 고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의 품질을 알아보는 소비자들이 나아가 마가렛 호웰이 추구하는 철학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팬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제품 개발도 논의하고 있다. 영국보다 겨울이 추운 한국의 기후를 고려해 삼성물산과 아우터 제품군을 검토 중이다. 추운 날씨에 맞춰 제품을 단순히 두껍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가렛 호웰 고유의 디자인과 품질 기준 안에 한국의 기후적 특성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가렛 호웰의 가치와 삼성물산의 국내 브랜드 운영 경험을 결합해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 접점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캐롤라인 디렉터가 그리는 5년 뒤 마가렛 호웰의 모습은 더 많은 사람의 옷장에 한 벌쯤 자리 잡은 브랜드다. 좋은 셔츠를 찾을 때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평소 입는 옷과도 부담 없이 어울리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9월 마가렛 호웰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열었다. [삼성물산 제공]
지난 9월 마가렛 호웰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열었다. [삼성물산 제공]

siu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