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3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 등을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석 달 만에 0.7%포인트 높였다. IMF는 “반도체에 대한 강한 대외 수요가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면서 한국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6%에서 3.7%로 1%포인트 이상 높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대로 현실화하면 한국 성장률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성장률(3.1%)을 앞서고, 2022년 이후 4년 만에 미국을 추월하게 된다.

IMF가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실물경제의 거울인 주식시장은 이날 급락하며 확연한 온도 차를 보였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5911.11(-7.41%)까지 떨어져 두 달 반 만에 6000선이 붕괴됐다. 다만 장 후반 다소 회복돼 5.46% 하락한 6035.35에 장을 마쳤다. 오픈AI 실적쇼크로 다시 불거진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란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체력이 약해진 터에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의 신제품 개발 계획 발표가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CXMT는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램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4F²는 D램의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 면적을 기존의 6F²보다 33%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2028년께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기술을 2년 앞서 선보이겠다고 한 것이다. 이 소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39%, 10.09% 급락했다.

중국 반도체 기술은 한국에 비해 D램은 2~3년, 고대역폭메모리(HBM)는 3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CXMT의 이번 발표를 과장된 기술 마케팅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제재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수율을 높이기 어렵고, 양산 체제에 이르려면 더 많은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동통신·전기차 등에서 실행한 ‘차선 변경’ 전략이 반도체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등골이 서늘해 진다. 기존 기술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판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화웨이가 자체 ‘타우 스케일링 법칙’으로 EUV 없이도 오는 2031년 1.4나노 칩 양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미국의 봉쇄라는 위기아래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를 동일 선상에 놓고 국가 역량을 총집결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기에 맞서려면 우리도 반도체 초격차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업은 차세대 기술 확보에, 정부는 혁신 기반 조성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m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