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뉴델리서 8번째 회동
2032년까지 7년간 투자
연 140만대 생산체제 구축
“신흥국 시장 확대 위한 전략 거점”
현지 투자 전담법인 설립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155억달러(약 20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2년까지 7년간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연구개발(R&D)과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인도를 내수시장뿐 아니라 신흥국 수출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총리와 개별 면담을 갖고 인도 자동차 산업의 발전 방향과 그룹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두 사람의 여덟 번째 만남이다. 정 회장은 올해 4월 한국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으며, 2024년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 당시에도 모디 총리와 별도로 만났다. 2015년 모디 총리의 방한과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등에서도 교류해 왔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지난 30년간 인도와 함께 성장해 왔다”며 그간 인도 정부가 현대차그룹의 현지 사업을 지원해 온 데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 국가”라고 강조하며 “올해부터 7년간 약 15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자동차 공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 시설 확충, 현지 부품 공급망 강화, 미래 기술 확보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자금이 투입된다. 그룹 차원의 투자를 총괄할 별도 법인도 인도에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인도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가파른 시장 성장세가 있다. 인도는 인구 약 14억7000만명의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이자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인도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457만대에서 올해 525만대로 약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7.1%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이달 발표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각각 7%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예상했다.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육성 정책도 현지 생산 확대의 배경이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에는 2047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국가 비전을 중심으로 제조업과 미래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인도에서 연간 14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현대차의 첸나이 1·2공장이 연간 82만4000대, 최근 가동을 시작한 푸네 공장이 17만대,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이 43만1000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 공장 생산능력을 합치면 연간 142만5000대에 달한다. 푸네 공장은 앞으로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푸네 공장 가동을 통해 연 140만 대 생산 체제를 확보하였으며, 안정적인 생산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현대차 57만1878대, 기아 28만286대 등 총 85만2164대를 판매했다. 양사 합산 시장 점유율은 18.7%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는 1998년 첸나이 공장에서 소형차 ‘쌍트로’를 생산하며 인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988만4960대를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인도 사업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담과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 8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인도 생산능력을 32만대 확대하고, 신차와 상품성 개선 모델 26종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155억달러 투자 중 R&D 분야에서는 현지 연구개발센터와 차량 시험주행장 등에 약 7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현지 개발 인력과 연구시설을 늘려 인도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는 차량을 빠르게 개발하고,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부품 현지화도 확대한다. 인도 협력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기술 협력을 통해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현대캐피탈 등 계열사를 통해서도 인도에서 부품·금융·물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전담법인도 설립한다. 이 법인은 생산시설과 R&D, 미래 기술 등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지 스타트업과 부품업체를 발굴하고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는 창구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자동차 제조 이외의 사업 영역도 넓힌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이륜차 업체 TVS 모터 컴퍼니와 함께 전기 삼륜차(i3W) 시제품 개발을 마쳤으며, 2027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와 자동차 금융, 전기차 충전시설, 폐차 재활용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에서 2만4000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향후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조직이 확대되면 엔지니어링과 부품 공급망 등 관련 산업에서도 추가적인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확장과 별개로 현지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사회적 약자 지원, 미래세대 성장 지원 등 인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 중”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돕는 ‘사마르스’ 캠페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훈련비와 관련 시설을 지원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기술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직업기술 교육기관인 ‘현대 아카데미 포 테크니컬 스킬스(HATS)’를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자동차 생산·정비와 스마트팩토리, 건설, 산업안전 등의 교육과정을 마련해 연간 약 1만3000명의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인도에서 조성한 사회공헌 기금은 누적 약 1억1000만달러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현지 사업 확대와 함께 인력 양성 및 지역사회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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