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서 제9회 한-아세안 프로젝트 플라자 개최
국내 40개 기업·기관 참가
현지 발주처와 협력 논의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필리핀이 도로·항만 등 전통적인 인프라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함께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2026 한-아세안 프로젝트 플라자(KAPP)’를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행사에는 국내 인프라·플랜트·에너지·스마트시티 관련 기업과 기관 40곳이 참가했다. 필리핀 정부 발주기관과 현지 기업,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도 참석해 주요 개발사업의 투자 계획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필리핀이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 개발과 첨단산업 육성 정책에 맞춰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코트라는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필리핀은 최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루손경제회랑(LEC)이다. 2024년 필리핀·미국·일본이 출범시킨 개발 구상으로, 수빅과 클락, 마닐라, 바탕가스를 잇는 경제축을 따라 교통·물류망과 산업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8개국이 추가 협력국으로 참여했다.
특히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뉴클락시티에서는 첨단제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 구상인 ‘팍스 실리카’와 연계해 약 1600㏊ 규모의 첨단제조 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AI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AI+ 인프라 마스터플랜’을 통해 2033년까지 AI 데이터센터 용량을 1.5GW로 늘리고, 공공·민간 부문에서 총 344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교통·에너지 중심이던 개발 수요가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등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재난 대응용 디지털 트윈 등을 한국과의 주요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이날 오전 열린 포럼에서는 뉴클락시티와 루손경제회랑의 투자 기회, ADB의 프로젝트 입찰·조달 절차, 홍수관리, 차세대 도시계획 등이 소개됐다. 필리핀의 주요 인프라 사업 발주 요건과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능형 통합 물관리 기술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전력은 에너지 혁신기술과 신사업을 소개했으며, 알엠에스플랫폼은 AI 기반 도시 통합관리 체계의 현지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후에는 플랜트·스마트시티 사절단에 참여한 국내 기업 20곳이 필리핀 발주처 및 구매기업 45곳과 100여건의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참가 기업들은 뉴클락시티 개발과 루손경제회랑 관련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14일에는 뉴클락시티 개발 현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필리핀 기지전환개발청(BCDA)으로부터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듣고 스마트시티, 교통, 에너지 분야의 사업 참여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다만 실제 사업 수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금조달과 사업성 확보가 관건이다. 코트라는 필리핀 정부 재정뿐 아니라 ADB 등 다자개발은행(MDB)의 금융지원과 민관협력사업(PPP)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본경 코트라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은 “발주계획뿐 아니라 재원조달과 실행 가능성까지 살펴 유망 프로젝트를 조기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발굴한 협력 기회를 실제 프로젝트 참여로 연결하고, 내년 10회째를 맞는 한-아세안 프로젝트 플라자를 한-아세안 인프라 협력 대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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