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유적 체험부터 900대 드론쇼까지…서울 동남권 대표 역사축제 잇따라 개막

강동은 선사시대 생활문화·야간 빛 축제, 송파는 백제 역사·대형 공연예술로 차별화

강동선사문화축제
강동선사문화축제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서울 동남권을 대표하는 두 역사문화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강동구가 6000년 전 신석기시대로 관람객을 안내한다면, 송파구는 2000년 전 한성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공연예술로 풀어낸다.

강동구는 오는 16~18일 서울 암사동 유적과 암사역사공원 일대에서 제31회 강동선사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이어 송파구는 23~2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일대에서 제26회 한성백제문화제를 연다.

두 축제는 서울의 오랜 역사와 지역의 정체성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역사를 체험하는 방식과 축제 공간의 활용, 관람객에게 전달하려는 매력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강동이 실제 선사 유적을 무대로 과거의 생활상을 직접 경험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송파는 백제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클래식·국악·K팝 등 현대적인 공연예술과 결합해 대중적인 축제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공통점은 역사에 뿌리를 둔 지역 브랜드 만들기

두 축제의 가장 큰 공통점은 지역이 보유한 역사자산을 축제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강동구에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울 암사동 유적이 있다. 송파구는 한성백제의 도읍이 자리했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두 자치구 모두 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지역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역사를 과거의 기록이나 박물관 전시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공연과 체험, 놀이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같다.

강동선사문화축제에서는 신석기 고고학 체험스쿨, 선사 움집 만들기, 선사 바비큐 등 당시의 생활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송파 한성백제문화제에서는 백제 의상 체험과 공예·문화 체험, 어린이 놀이 공간 등을 통해 역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주민 참여를 축제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강동은 주민 공연과 자치회관 프로그램 경연대회 등을 진행하고, 송파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한마음 어울마당을 마련한다. 지역 주민을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세우려는 것이다.

여기에 유명 가수와 대중음악 공연, 야간 볼거리 등을 더해 역사에 관심이 적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닮았다.

강동은 ‘60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

강동선사문화축제의 차별점은 실제 역사 유적이라는 장소 자체에 있다.

축제의 무대인 서울 암사동 유적은 신석기시대 주거문화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 공간이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선사시대의 생활을 체험하고, 당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역사와 만날 수 있다.

올해 축제는 ‘서울의 시작, 암사’를 주제로 펼쳐진다.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체험 프로그램부터 주민 참여 공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밤에는 축제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행사 기간 매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야간 빛 축제와 미디어 파사드가 운영된다. 유적지 탐방로를 따라 선사시대의 이야기를 빛으로 표현하고, 박물관 외벽 영상과 배우들의 현장 퍼포먼스를 결합해 역사 공간을 새로운 야간 문화 콘텐츠로 활용한다.

낮에는 역사 체험과 교육, 밤에는 빛과 영상으로 즐기는 문화관광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셈이다.

축제의 대중성도 놓치지 않았다. 개막일에는 스페이스A·왁스·설운도가 축하공연을 펼치고, 둘째 날에는 선사 토크 콘서트와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 마지막 날에는 이세돌 9단의 토크 콘서트와 신효범·소찬휘·남진의 공연이 이어진다.

강동구는 이번 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2027 예비축제’에 서울시 축제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성백제문화제 포스터
한성백제문화제 포스터

송파는 ‘2000년 전 백제와 K컬처의 만남’

송파 한성백제문화제는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인 문화예술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찬란한 문화, 깊은 울림, 하나된 우리’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대규모 공연과 첨단 기술의 결합이다.

길이 60m에 달하는 다층 구조의 메인무대와 초대형 LED 스크린, 조명·음향 시스템을 갖춰 야외 공연의 현장감을 높인다. 개막일에는 드론쇼와 미디어아트, 컨템포러리 댄스를 결합한 오프닝 공연이 펼쳐지고, 900대 규모의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공연 콘텐츠도 폭넓다. 송파구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의 클래식 공연, 바이올린 독주, 테너들의 무대에 이어 힙합 아티스트 로꼬와 보컬 듀오 다비치가 축제의 흥을 더한다.

마지막 날에는 30인 거문고 대합주와 밴드 사운드의 협연, 명창들의 입체창, 퓨전국악 아티스트 이봉근의 공연이 이어진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케플러와 힙합 그룹 다이나믹듀오도 출연해 전통과 현대, 다양한 세대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전통 재현에만 가두지 않고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을 통해 오늘날의 관객과 연결하려는 것이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한성백제 키즈카페와 편백 놀이터, 백제 의상 체험, 공예·문화 체험 등 20여 개 프로그램과 먹거리 장터가 축제의 즐길 거리를 더한다.

역사축제의 경쟁력, 규모보다 고유성에 있다

강동과 송파의 축제는 서로 다른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각자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강동이 실제 선사 유적을 활용해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송파는 백제 문화유산을 대규모 공연과 현대적인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해 관람객과 만난다. 한쪽은 역사 현장의 생생함에, 다른 한쪽은 역사와 공연예술의 융합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셈이다.

물론 역사축제의 성패를 공연 규모나 방문객 수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화려한 무대와 유명 가수는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되지만, 축제가 끝난 뒤에도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기억하게 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은 고유한 콘텐츠에서 나온다.

축제 방문객이 주변 상권과 관광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과제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야 축제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진다.

강동은 암사동 유적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체험과 야간 관광을 연계하는 전략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송파는 한성백제의 역사성을 대형 공연의 흥행에 그치지 않고 지역 관광자원과 연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을의 서울 동남권에서 펼쳐지는 두 축제는 역사가 오늘날의 도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000년 전 신석기시대와 2000년 전 한성백제라는 서로 다른 시간의 이야기가 시민과 관광객을 만나는 것이다.

결국 두 축제의 진정한 경쟁력은 누가 더 큰 무대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각 지역만이 가진 역사를 얼마나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