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시 폭발적 가속 대신 ‘묵직한 여유’
블랙·삼각별 엠블럼·22인치 휠 만족감
급감속에도 더 또렷한 정숙성·안정감
성인 3명·아이 타도 넉넉한 2열 공간
말 그대로 ‘프리미엄 SUV’의 표본이다. 2톤이 넘는 차체는 가속할 때도, 속도를 줄일 때도 흐트러짐 없이 묵직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힘을 과시하기보다 여유 있게 끌고 가는 주행감, 그리고 가족을 태웠을 때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정숙성과 안정감.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은 ‘빠름’보다 ‘편안한 품격’에 더 가깝다.
지난 24일 벤츠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E 450 4MATIC AMG 라인을 타고 서울에서 경기 용인까지 왕복 약 100㎞를 달렸다.
시승차는 GLE 450 라인을 기반으로 지난해 국내 77대 한정 판매된 ‘나이트 에디션’이다. 현재 판매되는 일반 모델과 엔진·변속기 등 핵심 주행 사양은 같지만, 옵시디안 블랙 외장 색상을 비롯해 다크 크롬 도어 핸들, 블랙 사이드미러, 22인치 AMG 블랙 휠 등을 더해 외관을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일반 모델에는 21인치 AMG 멀티 스포크 휠이 적용된다.
몸집은 전장 4930㎜, 전폭 2020㎜, 전고 1780㎜에 휠베이스는 2995㎜다. 경쟁 모델인 BMW X5와는 전장·전폭이 거의 비슷하고, 제네시스 GV80과 비교해도 길이는 큰 차이가 없다.
이 차에서 이른바 ‘하차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검은색 차체와 커다란 삼각별 엠블럼, 22인치 휠이 만들어내는 존재감은 주차를 마친 뒤에도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운전자가 즐기는 자동차를 넘어, 동승자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를 탄다는 만족감을 준다.
실내는 먼저 두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나란히 놓였고, 센터 콘솔에는 SUV의 성격을 강조하는 손잡이가 자리 잡았다. 64가지 색상을 지원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갖췄다. 운전자 시야 앞쪽에는 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주요 주행 정보를 띄워 시선을 크게 옮기지 않아도 속도와 길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은 지금까지 타 본 패밀리 SUV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웠다. 뒷좌석에 성인 3명과 4살 아이가 함께 앉았지만, 넉넉한 2열 공간 덕분에 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무릎 공간도 여유가 있어 장거리 이동에서도 부담이 적었다. 넓은 파노라믹 선루프는 뒷좌석의 개방감을 더했다.
이 차량은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1㎏·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6초면 도달할 정도로 힘은 충분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강하게 치고 나가기보다 큰 차체를 부드럽고 묵직하게 끌고 가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순간적으로 ‘전기차를 타고 있나’ 싶을 정도로 엔진의 존재감이 희미했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하는 과정에서도 엔진이 깨어나는 진동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승차감에서는 에어매틱(AIRMATIC) 에어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댐핑 조절 시스템이 노면과 속도, 차량 하중에 맞춰 서스펜션을 조절하고 각 바퀴를 개별 제어하는 구조다. 고속 주행이나 스포츠 주행모드에서는 차체 높이도 낮춰 안정성을 높인다.
서울 도심의 요철과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을 무조건 푹신하게 흘려보내기보다 한 차례 받아낸 뒤 차체 움직임을 빠르게 정리했다. 가족이 함께 탄 상태에서도 뒤쪽이 크게 출렁거리는 느낌이 적었다.
주행 보조 기능은 복잡하지 않다.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앞차와의 거리를 바로 조절할 수 있었고, 주행 중에는 설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속도를 알아서 줄였다가 높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GLE와 메르세데스-AMG GLE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6960대가 등록돼 BMW X5·X5 M(6246대)을 앞섰다. 올해 1~8월에도 GLE 계열은 X5 계열(4545대)보다 88대 많은 4633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GLE 450 4MATIC AMG 라인의 소비자가는 1억3900만원이다.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8.1㎞ 수준이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