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영 히노컨설팅펌 대표

브랜드 양극화…명확한 타깃 필요

‘사고 싶다’보다 ‘갖고 싶다’ 노려야

“현장 관찰이 브랜딩서 가장 중요”

노희영 히노컨설팅펌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AI시대, 브랜딩 법칙’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노희영 히노컨설팅펌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AI시대, 브랜딩 법칙’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우리나라 최고 부유층의 구매 동선을 따라가 보면 에르메스 많이 사는 사람이 유니클로도 많이 산다고 합니다. AI(인공지능)가 발전할 수록 브랜드는 더욱 극과 극으로 갈릴 테고 이도저도 아닌 브랜드는 AI의 추천을 받을 수 없습니다”

노희영 히노컨설팅펌 대표는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AI(인공지능) 시대, 브랜딩 법칙’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노희영 대표는 오리온부사장·CJ 브랜드 전략고문을 거친 브랜드 전문가다.

노 대표는 AI 시대에 브랜드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AI의 추천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서 강점이 불분명한 브랜드는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내다봤다.

노 대표는 “소비자는 가성비만 생각하는 브랜드와 나의 지위를 보여주는 브랜드를 구분해 영리한 소비를 하고 있다”며 “내 브랜드의 페르소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사람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방향성을 정하려면 소비자 타깃을 정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예전처럼 남녀나 나이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촌스러운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10대도 트로트 팬인 사람이 있고 70~80대인데 BTS 아미인 사람이 있다”며 “고객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넷플릭스·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사람을 관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제품의 성능과 효능을 앞세우는 공급자 중심의 설명에도 변화를 주문했다. 제품에 대한 설명은 AI가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고 싶은가’가 아니라 ‘갖고 싶다’”라면서 “사고 싶은 건 가성비와 기능을 생각하지만 갖고 싶은 건 돈의 개념을 떠나 아무리 비싸도 갖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식당에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음식이 나왔을 때 손님이 사진을 찍고 싶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차원적으로 맛을 앞세우면 브랜드가 될 수 없다며 누구와 함께 가고 싶은 식당인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경험으로 전하고 싶은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AI를 활용하는 소비자의 구매 과정에도 주목했다. 노 대표는 소비자가 AI에 질문해 추천을 받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시 검증하고 제품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객이 어떤 경험을 공유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브랜드는 소비자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 경험이 쌓여서 그 총합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도 저도 아닌 브랜드는 AI의 추천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는 경쟁 상대를 정하는 데도 적용된다. 노 대표는 과거 CJ그룹에서 근무하던 시절 냉동 파스타를 개발한 일화를 소개했다.

노 대표는 “당시 R&D(연구·개발) 직원에게 마지막으로 먹은 파스타를 물어보니 경쟁사의 냉동 파스타라고 답했다”며 “냉동 파스타를 구매하는 고객은 평소 식당에서도 파스타를 즐기는 사람인 만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파스타를 먹고 이에 준하는 수준까지 품질을 높여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시나리오 작가처럼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음식을 먹고 남자친구는 누구일지까지 많은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AI 시대 브랜드 전략 수립 관점에서 전통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에 서로 다른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래된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고치는 게 능사가 아니란 진단이다.

노 대표는 “브랜드 리노베이션을 할 때 다들 ‘뭐부터 고칠까’부터 먼저 생각한다”며 “오래된 브랜드는 축적된 시간이 있는 만큼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왜 좋아했는지 생각하고 신뢰 자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생 브랜드에는 공략할 고객과 시장을 좁고 명확하게 정하라고 조언했다. 제품력을 갖춘 뒤 SNS 등 마케팅 수단을 집중해 초반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브랜딩 전략의 해답이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개개인의 세분화된 취향에 대해선 AI가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완 기자


jeong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