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제제 6000억원 시장 흔들리자 반사이익
대안약품 레켐비·은행잎제제와 경쟁할 태세
“의학효능 검증 없고 병원 안갈 우려” 지적도
치매치료제 시장의 주포가 흔들리는 가운데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치매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처방돼온 콜리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의 보험급여 및 효능 이슈로 급격한 시장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건기식들이 파고든 것. 대안 의약품으로는 부상한 레켐비와 은행잎제제와도 경쟁할 태세다.
대두추출물(포스파티딜세린)을 필두로 강황·황칠나무 추출물, 프로바이오틱스 복합물 등이 인지기능 저하 기능성 인정을 받아 ‘뇌영양제’ 개념으로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콜린제제의 올 상반기 매출은 20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40억 대비 30% 가량 줄었다.
이 시장은 2024년 6123억원 규모로 커졌다가 지난해 선별급여가 적용됨에 따라 5000억대(5456억원)으로 축소되기 시작해 하락세가 깊어지는 모양세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은 제약사들이 청구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 집행정지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콜린 처방 때 본인부담율을 30%에서 80%로 대폭 올렸다.
환자 입장에서는 콜린 400mg 제제를 기준 월 본인부담 약제비가 기존 약 1만4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오르게 됐다. 연간으론 16만7000원→44만6000원으로 2.7배 증가한다.
선별급여를 넘어 약효 자체를 검증하는 임상재평가도 결론을 앞두고 있다. 제약사들이 콜린제제의 경도인지장애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가운데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과 심사를 거쳐 적응증(치료용도) 유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재평가 결과 해당 적응증이 삭제되면 의약품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넘어 앞으로 관련 질환에 대한 처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파장은 지난해 선별급여 적용보다 더 클 전망이다.
이런 혼란에 시장은 대안 의약품으로 눈을 돌리게 하면서도 건기식들이 틈새를 파고들 기회를 줬다.
대안 의약품은 레켐비와 은행잎제제로 압축된다. 레캠비주는 경도인지장애, 초기치매 치료에 사용되는 치료제다. 하지만 기전과 사용환경은 다소 차이가 있다. 알츠하이머로 인한 경도 인지장애, 경증 치매환자에게 투여되는 치료제다. 환자 뇌에서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의 끈적한 침전물을 제거하도록 설계된 항체로, 2주 1회 정맥주사로 투여된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베타 병리가 확인된 환자에게만 투여하는 약물이란 점에서 광범위 인지기능 개선 목적으로 사용되는 콜린과는 다르다. 연간 약값이 약 2000만원에 이르는 고가여서 콜린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은행잎추출물인데, 경도인지장애 치료제 중 가장 많은 임상적 근거가 확보됐다.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로 입지가 높아졌다. 베타아밀로이드에 관여하지 않고 아세틸콜린의 전구체를 공급하는 기전을 지닌 콜린과 달리 원인을 억제하는 접근이 가능한 치료제라는 평가다.
은행잎추출물은 의약품과 함께 건기식으로도 출시돼 있는데, 함량과 품질은 차이가 크다. 의약품 최대 함량은 임상을 통해 의학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용량인 240mg, 건기식 최대 함량은 1일 150mg에 불과하다.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표현되는 건기식 시장도 급팽창 중이다.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따르면, 2024년 기억력 개선, 인지능력 향상 등 뇌 기능과 관련된 기능성으로 판매된 제품은 1조18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포스파티딜세린은 2021년 60억원에서 2025년 508억원으로, 4년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건기식은 질병 치료가 아닌 건강 유지·개선을 돕는 ‘식품’으로 분류된다. 치료효과에 대한 적응증이 아닌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등 ‘기능성’을 인정받은 정도로 의학적 효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건기식의 팽창이 치매 예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건기식 복용은 병원 방문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치매 예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치매학회 양영순 교수는 “건기식의 경우 음식으로 섭취가 힘든 영양성분을 보충하는 수준의 제품으로 의학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건기식에 의존해 자가진단과 영양제 섭취로 시간을 허비할 경우,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조문술 선임기자
freihei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