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해외에 투자하는 비율이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연평균 6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생산성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 해외에 공장을 짓고, 시설 투자를 늘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생산성이 0.1% 떨어지면 해외자금 유출로 국내 투자가 0.05%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GDP(국내총생산)가 0.15% 줄어든다는 분석도 내놨다. 생산성 하락의 1.5배만큼 GDP가 줄어드는 셈이다. 일본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거쳐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는 점에서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KDI는 2000년 이후 생산성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자본수익성이 하락했고, 국내 투자 대신 해외 투자를 선택하는 국민과 기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가계는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고 해외 자산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서학개미’ 열풍도 확산됐다. 기업 역시 해외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을 확대했다. 생산성 둔화가 국내 자본을 해외로 옮기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의 심화가 한국경제에 ‘성장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기업은 임금을 올려줄 수 없고, 국내 투자도 줄어 고용감소→소비부진→기업 실적 악화의 악순환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 호황과 수출 호조 등의 긍정적 신호에도 국내 투자가 줄고, 제조업 중심으로 청년 고용이 악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대국 일본이 장기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요인의 하나가 생산성이라는 점에서 KDI의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해외 투자 대비 국내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해외 투자가 급증했고, 2010년대 들어 순수출(수출-수입)이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GDP의 6%에 달하는 해외 투자 수익 덕에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경제활력이 저하되면서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해외 투자수익에 의존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노동소득자와 자본소득자간 양극화를 촉발해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생산성 충격이 GDP, 해외 투자, 소득 분배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한 것이다.

미국발 보호무역 득세로 해외 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막고 경제의 활력을 높이려면 ‘한국은 투자하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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