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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M]공공재건축, 손해 보면서 누가 해?…강남·북 가리지 않고 “우린 안한다”
“임대까지 하면서 왜 50층까지 올립니까”
목동 등 비강남 조합도 줄줄이 거부의사
인센티브였던 층고 완화 여부도 불확실

“일부 단지 빼놓곤 용적률 120%에 3종 주거 지역이에요. 굳이 용적률이나 층고제한이 아쉬운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기부채납하고 300% 허용 용적률까지 받으면 두 배가 늘어나는 건데, 임대까지 하면서 우리가 왜 50층까지 올립니까.” (목동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

8·4 공급 대책 물량의 40%를 차지하는 공공재건축이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예정 공급량 13만호 가운데 5만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대책인데, 막상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은 소극적인 것을 넘어서 부정적이다.

압구정, 잠실 등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거절하며 공공재건축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비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속속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신구 양천연대 공동대표 및 비강남연대 부대표는 “현재 기준(3종 기준, 용적률 300% 이하)으로도 세대수가 늘어나면 인구밀도에 따른 교육, 교통 및 생활환경에 따르는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늘어난 용적률에 기부채납비율까지 높아지면 더더욱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용적률이 이미 높아 사업성이 낮은 곳에선 고려해 볼 만하겠지만, 기존 재건축 지역 사정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우리가 연대한 마포·서대문·은평·양천·노원·강동 지역 30년 이상된 노후지역 대단지가 재건축되면 신규 공급만도 5만세대가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5만 공급 자신하더니…사전조사도 없었나=‘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자, 사전조사도 없이 5만 공급을 발표한 성급한 정책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은 민간이 추진하는 것이라 정부가 등떠밀어 하기 어렵다.

더욱이 앞서 추진됐던 소셜믹스(아파트 단지 내 분양·임대를 함께 조성)는 민간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사업임에도 여러 번 진행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목동은 오목교역 근처 유수지에 지정됐던 행복주택 시범지구가 결국 주민 반발에 지정이 아예 해제됐고 잠실과 송파도 사업 진행이 멈춘 상태다.

입주민이 뜻을 모아 사업을 진행하는 재건축은 이보다 더 큰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실제 서울시는 4일 공급대책 발표 후, 공공재건축 사업에 참여할 단지로 ‘노후임대아파트’를 거론했다.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들은 참여가 어렵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 ‘50층으로 지을 수 있다’는 제안도 사실상 법에 묶여=공공재건축 참여 유인으로 제안한 층고 완화도 법적구속력이 있어 중앙정부 제안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2014년 4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직접 서명한 ‘2030 서울플랜’(서울도시기본계획)은 서울 도시계획 ‘최상위 개념’으로 국토계획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법정 계획인데, 층고완화 기준을 까다롭게 해놓았다. 서울시가 4일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 후 층고 완화가 어렵다고 한 것은 이 법정 계획 때문이다.

강남구 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라고 하는 이유는 재건축도 조합원에 이익이 있어야 진행하는 ‘사업’이란 의미”라며 “사업성이 없으면 그냥 계속 살거나, 새 집을 사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성을 회복시켜줄 대책은 하나도 마련하지 않고 임대주택만 더 짓는 공공재건축을 누가 하겠냐”고 반문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정비사업을 진행해보면) 임대물량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도 민간 사업성을 악화시키지 않는 ‘돈 되는 사업’이면 조합들이 참여한다”면서 “발생 이익에 대한 공공 환수도 각 단지별 변수에 따르는 부분을 시뮬레이션 해 적정 환수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공급대책의 핵심인 서울 권역 공급 방안에 서울시의 의견이 반영이 안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시는 공공분양을 통한 지분적립형 주택을 설명하면서 유휴지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미매각 부지 활용을 주 사례로 들었다. 공공재개발도 언급했으나, 재건축 부분은 ‘민간 재건축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만 밝힌 바 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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