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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약때까지 세 살 것”…임대차시장 폭발 부르나
3040 ‘패닉바잉’ 멈추고 청약대기 전환
늘어난 공급 청약 위해 2년 실거주 필요
전세 물량 급감으로 주거비용 급등 우려
앞선 정책이 새로운 정책 발목잡는 양상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8.4공급대책으로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 전셋값 상승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매물 부족으로 비어 있다. [연합]

서울시는 8·4 공급대책에서 소외됐던 3040세대를 겨냥한 공급책에 초점을 맞췄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청약 가점제에서 불리한 3040세대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다. ‘지분적립형’ 주택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가점제 뿐 아니라 일부는 추첨을 통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했다. ‘패닉바잉(공포에 따른 공황구매)’의 주체였던 이들 세대에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5만호, 유휴부지 및 공공 재개발로 6만호 등 모두 11만호 규모로 서울 내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공급 계획과 더불어 청약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1만호에 대한 청약 대기 수요는 실거주 요건 때문에 서울 임대차 시장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23번이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서, 앞선 정책이 새 정책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가 또다시 연출되고 있다.

▶‘새 공급’ 받으려면 2년 살아야, 임대차 시장 수요 늘 것=문재인 정부는 청약제도의 기본법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10여차례 개편했다. 특히 올해는 투기과열지구의 거주요건을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 11만호 공급 청약을 받으려는 수요는 어떻게든 또 서울에 2년 실거주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지역의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51만4000명은 가입 15년을 넘긴 이들이다. 미성년부터 가입할 수 있지만,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청약 대기 수요 규모가 사상 최대 임을 가늠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실제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도 매년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연도별 청약 평균 경쟁률을 살펴봤다. 그 결과, 2017년 총 5644가구 공급에 7만3828명이 청약통장을 쓰면서 13.08대 1이었던 청약 평균 경쟁률은, 다음해 27.43대 1로 크게 올랐다. 지난해에는 2475가구 공급에 12만1975명이나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49.28대 1이나 됐다.

▶임대차 수요 늘리는 정책 써놓고, 전세 씨말려 =투기 세력을 거르고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 시장 재편을 위해 끊임없이 실거주 요건을 부여하면서, 임대차 시장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법은 임대차 시장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집주인에게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직접 들어가 살 이유’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건축 입주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를 해야 하고, 장기보유 양도소득세 감면 역시 보유 뿐 아니라 거주 요건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전격시행되면서, 청약 대기 수요를 받을 서울 전월세 물량이 씨가 마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정비사업으로 인한 멸실은 ‘장기적으론 공급이지만 단기적으론 수요’란 측면에서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선 실거주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주권은 강화했지만, 거주 비용을 늘리면서’ 결국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월세가 더해진 반전세보다 전세가 세입자에게 더 유리한 제도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데, 반전세 시장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반전세가 더 좋은 지역에 살고 싶어 목돈을 모으지 못한 수요자의 필요에 의해서도 나타나는 데 정부가 이들 수요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책을 쓴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 핵심지일수록 집주인은 현금 여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집을 비워두는 등) 세입자를 가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주거비용을 높여 세입자를 더 힘들게 만드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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