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포진’ 발병

15살 중학생 레슬러 몸에 수포…“발병률 증가 가능성” 국내 첫 감염 뭐길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123RF]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격투 스포츠 선수들이 주로 걸리는 이른바 '검투사 포진'(Herpes gladiatorum) 발병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다.

검투사 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에 의해 유발되는 피부질환이다.

주로 피부 접촉이나 구강 분비물에 의해 전파되는 이 병은 얼굴, 귀, 손 등에 피부 병변을 일으킨다. 밀접 접촉을 하는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일이 많아 '검투사'라는 말이 붙었다.

충북대 소아과 의료진은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된 검투사 포진 감염 사례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감염이 확인된 국내 감염자 2명은 15살의 레슬링 선수들이었다.

의료진에 따르면 첫 환자는 오른쪽 얼굴과 귓바퀴 부위에 집중적으로 수포가 올라와 의료진들이 신경절을 따라 발생하는 대상포진으로 오인했다.

첫 환자가 퇴원하고 일주일 후 또 다른 레슬링 선수가 비슷한 증상 때문에 입원했다. 두 번째 환자는 오른쪽 팔부터 물집이 나기 시작했고 얼굴, 목, 입술로 퍼졌는데 수포가 전형적인 삼차신경 분포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환자와 다른 양상이 감지되자 의료진은 대상포진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이에 추가 정밀 검사에 나섰다.

그 결과 두 명의 환자 모두 검투사 포진을 진단 받았다.

실제로 두 선수 모두 발병 전에 같은 학교에 다니며 몇 달간 레슬링 훈련을 받았다. 매일 최소 3분 이상 경기를 치르는 등 피부 접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같은 팀의 다른 선수들에게서도 유사한 피부 병변이 나타난 것을 확인한 상태다.

의료진은 "레슬링 선수들은 시합 중 머리와 목이 고정된 그래플링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피부가 맞닿는 한쪽 측면에 국한돼 피부 병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피부 병변의 편측성 탓에 대상포진과 구분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짓수나 종합격투기 등 가까이에서 겨루는 격투 스포츠 인기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검투사 포진의 발병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헤르페스 1형은 주로 입술, 얼굴, 눈 등에 감염을 일으킨다. 자연스럽게 낫는 일도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바이러스가 눈이나 뇌를 침범할 수도 있다. 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상포진의 경우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 상태로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대부분의 경우 병적 증상은 피부에 국한돼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있는 환자에서는 전신에 퍼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