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스타벅스 커피 마실 바에야 ‘용돈’ 벌래요.”
# 직장인 최모(34) 씨는 최근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모두 기프티콘 거래애플리케이션(앱)에 내놨다. 정가 4500원의 ‘카페아메리카노’ 톨(tall) 사이즈 쿠폰의 평균 시세는 3600원. 1000원 가까이 손해보는 장사이지만 최씨는 “주식과 전세대출금을 생각하면 커피 한 잔 마실 바에 조금 손해보더라도 현금을 쥐고 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대학원생 유모(34) 씨는 최근 들어 커피나 물건을 사기 전 모바일상품권 거래앱부터 확인한다. 프랜차이즈커피의 경우 적게는 5%, 많게는 15% 이상 저렴한 가격에 쿠폰을 구입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는 “하루에 한 잔씩 마신다 치면 5일이면 5000원가량이 절약되는 셈”이라면서 “영화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도 최대 40% 이상 싸게 볼 수 있어 일단 앱부터 켜고 본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와 대출금리 등에 ‘한 푼’이라도 절약해보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상품권 거래를 통한 새로운 ‘앱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오직 모바일상품권 구입·판매만을 목적으로 한 앱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모바일상품권만 사고파는데…2년새 사용자 ‘폭증’
모바일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대표 모바일상품권 거래앱 ‘기프티스타’의 지난달 활성기기(안드로이드+iOS) 대수는 총 36만2146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20만1966대)과 비교하면 16만대 이상 늘어난 수치다.
총 사용시간도 2만8765시간에서 4만5029시간으로, 1인당 평균 사용시간도 14.9분에서 16.05분으로 증가했다.
또 다른 모바일상품권 거래앱 ‘니콘내콘’의 지난달 활성기기 대수도 36만845대로, 기프티스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9월(25만5607대) 대비 11만대가량 늘었다. 지난달 총 사용시간은 3만890시간,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11.92분이었다.
모바일상품권 거래앱시장은 최근 2년 새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기프티스타의 월간활성사용자수는 지난해 9월 11만5816명에 불과했지만 1년 새 5만명가량이 유입되며 16만8247명을 기록했다. 설 명절이 있던 올해 1월에는 19만9703명까지 몰리며 역대급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같은 기간 니콘내콘도 11만5779명에서 15만5468명으로 월간활성사용자수가 늘어났다.
앱테크 열풍 일환…불황에 저축 늘리는 MZ세대가 주도
다양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기존 중고나라, 당근마켓과 달리 모바일상품권 거래앱은 오직 기프티콘 구입과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고파는 모바일상품권의 종류도 다양하다. 프랜차이즈 커피 쿠폰부터 주유나 문구 상품권, 휴대전화 데이터까지 거래되고 있다.
시장의 주축은 MZ세대다. 모바일인덱스 사용자 구성을 살펴보면 기프티스타 앱을 이용하는 전체 사용자의 40%가 20대다. 그 뒤를 30대(27%)가 이었다. 니콘내콘도 20대가 40%를 차지하며 압도적 비중을 보였고, 30대 비중이 20%로 두 번째로 높았다.
업계에서는 불경기로 MZ세대의 소비문화가 변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 25~29세 1인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의 월 소득에서 저축과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4.1%, 44.2%였다. 이는 2년 전 같은 조사보다 저축은 9.8%포인트 늘고, 소비는 13.4%포인트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1인가구 42%가 부업을 하는 ‘N잡러’라고 답했다. 특히 N잡러 86.2%는 앱테크나 배달라이더, 소셜 크리에이터 등 이른바 ‘신생 부업’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