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책임이 아닌 정치적 압력과 개방적인 부채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일(현지시간)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공공정책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문을 올려 이같이 주장하며,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연준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제도적 독립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연준에 대한 압박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로고프 교수는 지난해 경제학자들이 서서히 급증하는 인플레이션율을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지난해 2월 인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했을 때도 경제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의 회복이 당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리비에 블랑샤르와 같이 존경받는 중도주의 경제학자들도 정부가 부채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주장했다며 인플레이션이 모두에게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로고프 교수에 따르면 당시 미 연준과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는 ‘헬리콥터 머니’와 현대통화이론(MMT)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홍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로고프 교수는 이를 두고 “유혹적인 결정이었다”며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때까지 두 정책의 결함이 입증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번은 시도했어야 할 정책이었다며 필연적이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지난해 말 물가 상승이 급속도로 가속화했을 때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연임을 11월 말까지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더라면 파월 의장을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만들었을 것”이라며 “물가도 안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다가오는 미래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마이너스 금리는 보통 인플레이션을 유인하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대출 장려를 위해 채택하는 정책이다.
그는 2019년 연준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려하지 않은 점에 대해 비난하고 싶다며 “디플레이션을 퇴치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있었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을 때도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