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말레이시아에서 아홉 명의 자녀를 부양해온 50대 '싱글맘'이 마약소지 등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자 인권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해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말레이시아키니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사바주의 따와우고등법원은 마약소지와 거래 혐의로 기소된 여성 하이룬 잘마니(55)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생선 판매상인 하이룬은 2018년 1월 10일 따와우시의 주택에서 필로폰 계열 마약의 일종인 '샤부' 113.9g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는 마약사범에게 사형·종신형 등 엄격한 처벌을 내린다.
특히 금지약물을 50g 이상 소지했다 적발되면 의무적으로 사형을 선고한다.
하이룬이 사형선고를 받은 뒤 법정 밖으로 이동하면서 울부짖는 동영상이 촬영돼 SNS에 퍼지자 동정론이 일었고, 인권단체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는 "하이룬의 일생은 그녀에게 불리했다. 그녀는 말레이시아의 가장 가난한 주에서 홀로 9명의 아이를 부양한 싱글맘"이라며 "이번 판결은 말레이시아가 가난한 이들, 특히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하이룬이 마약에 손댈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며 "왜 말레이시아 정부는 생명권을 이렇게 쉽게 버리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19년 2월 기준으로 1200여명의 사형수가 있는데 이 가운데 73%가 마약사범인 점을 주목했다.
사형수의 44%인 568명이 외국인이다. 또, 여성 사형수 통계만 보면 95%가 마약사범이다.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는 사형제도가 사회경제적 배경이 없는 이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을 이러한 통계가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룬의 사건은 45억 달러(5조3천억원) 규모 부패 스캔들로 재판받는 나집 라작(68) 전 총리 부부에게 법원이 외손주 출산에 맞춰 싱가포르에 다녀오도록 허용해 준 사례와 맞물려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을 촉발했다.
인권단체 등은 50g 이상 마약 소지자에 대한 의무 사형선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