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907일간 희대의 탈주극을 벌인 신창원(54)의 탈옥 과정이 당시 관할 교정시설이었던 부산교도소를 통해 자세히 공개됐다.
부산 교도소는 4일 '부산교도소 50년사'를 통해 1997년 해당 교도소 재소자였던 신창원의 도주 사건을 소개했다.
책에 따르면 신창원은 탈옥하기 수개월 전부터 주도면밀하게 탈옥 계획을 세웠다.
신창원은 탈옥하기 약 3개월 전부터 변비를 핑계로 식사량을 조절해 80kg 정도였던 몸무게를 60kg까지 뺐다. 교도소 화장실 환기구의 좁은 공간을 통해 탈옥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준비를 마친 신창원은 1997년 1월 20일 오전 2시께 수용소 화장실 안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갔고 이후 흙을 파내 인근 공사장에 진입, 교도소 외벽을 타고 도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산교도소는 책에서 "야간 음악방송 시간에 환기구에 설치된 쇠창살을 쇠톱으로 조금씩 절단해왔다"며 "당시 교도소 창고에서 쇠톱 2개를 자신의 속옷과 운동화 등에 훔친 뒤 절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단 흔적을 감추기 위해 신창원은 나무판을 껌으로 고정해 해당 부분을 덮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탈옥 1개월 전에는 다른 재소자에게 차량 열쇠 없이 승용차의 시동을 거는 방법 등을 묻기도 했다.
도주한 신창원은 교도소 인근 500m 지점에서 자전거 1대를 훔쳐 타고 근처 농원에 들어가 양복 1벌과 외투, 구두, 칼을 훔친 뒤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다.
오전 6시에는 택시를 통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천호동에 잠입, 택시 기사를 위협해 차비를 내지 않고 되레 1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천호동에서 수감 전 동거하던 여성이 일하던 가게 등을 들렸으나 찾지 못했고, 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내려가 몸을 숨겼다.
이후 수많은 제보와 오보, 추적 끝에 1999년 7월 16일 전남 순천 한 아파트에서 동거녀와 함께 은신해 있던 신창원은 가스관 수리공 제보로 체포됐다.
신창원은 907일 동안 도주 행각을 벌이면서 105회에 걸쳐 9억8000만 원 상당을 훔쳤고, 이 기간 97만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이 책은 신창원의 탈옥 이유에 대해 “무기징역에 대한 절망감으로 난동을 부리고 흡연 때문에 징벌을 받자 교도소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며 “수감 전 만났던 애인을 보고 싶어 했고 자신의 범행을 신고한 사람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