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인터폴 공조요청서’ 경찰청에 전달…해당 국가 인터폴, 검거 진행

수사 끝에 운영자들 피의자 전환돼…명예훼손·아청법·개인정보법 위반 등 혐의

[단독] 경찰,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인터폴 수배 요청…논란 확산되자 수사 속도
범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디지털 교도소’.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디지털 교도소’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운영자 중 일부를 특정하고, 운영자 검거를 위해 한 해외 국가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공조 요청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조 요청에는 수배도 포함된다. 최근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오른 고려대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일이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디지털 교도소를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인터폴 공조 요청서’를 최근 경찰청에 전달했다. 경찰청은 번역 과정 등을 거쳐 이르면 이번주 안에 해당 해외 국가인 A국(國) 인터폴에 요청서를 보낼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부터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운영자 IP와 서버 접속 기록 등을 확인해 일부 운영자의 소재지를 A국으로 추정했다. 공조 요청을 받은 A국 인터폴은 피의자의 소재지 파악과 함께 검거를 진행하게 된다.

인터폴 공조 대상이 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여성가족부의 ‘성범죄 e알림’ 사이트를 통해서만 공개돼야 한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디지털 교도소가 개설되기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상공개가 이뤄졌던 지난 5월부터 내사에 착수, 7월부터 수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운영자 일부를 특정하고 입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강력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이 관대해 ‘사회적 심판’을 하겠다며 지난해 6월 개설된 익명 웹사이트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 등 범죄자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 당사자들의 신상을 수집해 공개했다.

그동안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 일부는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본 사이트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방탄서버(Bulletproof Server)를 두고 강력히 암호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해외 서버업체·인터폴과 절대 공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개설했다”며 “댓글을 남기는 방문자도 추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도 설명해왔다. 하지만 경찰이 이번에 공조 요청을 하는 국가는 동유럽권 국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들어 디지털 교도소에 무고한 사람의 신상이 올라오고, 신상이 공개된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오전에는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올라온 고려대 재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지난 7월 이 학생이 누군가에게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며 이 학생의 신상을 공개했다.

해당 학생은 신상공개 이후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려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진·전화번호·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링크)을 누른 적이 있는데 그때 휴대전화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 측은 이 학생의 해명 이후에도 신상을 계속 공개 상태로 유지했다.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사적 처벌을 자행해 법 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디지털 교도소는 사적 처벌을 하는 것이고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이라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