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광복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을 ‘영웅’이라고 부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을 본국으로 소환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미 트럼프 정부가 “백선엽은 영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미동맹재단은 28일 “전날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이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 부인 노인숙 여사에게 서한을 보냈다”며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로, 그의 서한은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인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날인 지난 7월 15일자에 작성된 이 서한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노 여사에게 백 장군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영웅’이라는 표현을 썼다. 광복회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영웅’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 항의한 것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맞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서한에서 펜스 부통령은 “한국이 오늘날 자유롭고 전 세계와 활기찬 민주주의를 공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백선엽 장군 같은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전쟁 당시 결정적인 다부동전투에서 백 장군이 보여준 용기와 리더십은 여전히 전설과 같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그를 전쟁영웅 그 이상으로 존경한다”며 “우리는 그가 군인의 의무를 다한 후에도 외교관과 정치가로서 조국을 위해 계속 봉사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생을 바친 진정한 애국자였다”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미국은 2013년 백 장군을 한국군에서의 업적뿐 아니라 한·미 동맹에 대한 공헌을 인정해 미8군 명예사령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며 “주한미군사령관이 언급한 바와 같이 백 장군은 최초의 한·미 동맹을 형성하고 오늘날의 한·미 동맹이 있을 수 있게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미 동맹의 정신과 한·미 동맹의 바탕이 된 양국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며 서한을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14일 광복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고 백선엽 장군을 ‘영웅’이라고 불러 논란을 빚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본국으로 소환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보냈다.
광복회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내정 간섭적 행태가 한국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면서 “그의 소환을 요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서한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백선엽 칭송은 사이토 조선 총독의 이완용 칭송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독립군과 민간인을 학살한 백선엽이 영웅이라면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친위대도 영웅인가”라고 반문하고 “백인을 학살한 나치 친위대는 ‘반인류 전범’이고 조선인을 학살한 백선엽은 영웅이라면 조선인은 인류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에서 논쟁이 치열한 친일·반민족 인사 청산 관련 문제에 외국군 사령관이 개입하는 행태는 한국민을 무시하는 내정 간섭”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이 같은 행태는 한·미 양국의 우호관계에 치명적”이라며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소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1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10일 사망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에 대해 애도 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백 장군은 10일 오후 11시4분께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20년 평남 강서에서 출생한 백 장군은 6·25전쟁 때 1사단장·1군단장·육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하며 6·25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이력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올랐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도 이름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