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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터미널’?…법무부, 난민신청자 공항 탑승동 방치

  • 기사입력 2018-05-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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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인 2명 난민신청 서류

‘위조’ 판단 심사 불회부 결정

탑승동서 굶주리며 ‘쪽잠’

12일만에 진본 밝혀져 물의

입국불허자 관리 항공사 책임

탑승동 체류 동의 여부 논란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난민신청자들이 12일 간 공항 탑승동에 방치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소는 지난달 27일 이집트 출신 알리(23ㆍ가명) 씨와 아마드(22ㆍ가명) 씨를 정식 난민심사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이 난민신청 근거로 제출한 서류를 위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리 씨 등은 지난달 20일 난민신청을 하면서 이집트 법원의 형사사건 판결문을 증거로 냈다. 반정부 시위를 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에 고국에 돌아가면 고문이나 구금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소는 주 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법원 직인이 누락돼 위조서류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고 이를 위조로 판단했다.  

인천공항 내부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이 결정은 12일 만에 번복됐다. 출입국관리소가 ‘위조’라고 봤던 이집트 판결문이 진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알리 씨와 아마드 씨는 이례적으로 ‘송환대기실’이 아닌 개방공간인 공항 탑승동에 머물렀다. 정해진 대기 장소도 없어 의자를 찾아다니며 쪽잠을 잤다. 식사도 제공되지 않았다. 가진 돈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아졌다. 현행법상 항공사 측이 입국거절된 이들에 대한 관리책임을 지지만, 이들의 항공사인 에티오피아 항공은 숙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알리 씨 측 대리인인 난센의 김연주 변호사는 “지난 3일에 접견했는데 전날 아무것도 못먹었다고 했다”며 “외국인이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그 기간 동안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항공사도 출입국사무소도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소가 성급하게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사건에 정통한 A변호사는 “판결문의 진위가 불분명했다면 우선 난민으로 보호하고 정식절차에 넘겨 다투는 게 맞았다”며 “일선 담당자들이 난민심사 회부에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을 접견하고 조력해온 공익법센터 어필의 전수연 변호사도 “법원에서 난민불인정처분을 다투게되는 경우 출입국은 기계적으로 원고가 제출한 판결문이나 체포영장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하고 있고 ‘위조회신’이 오는 경우 난민신청자의 패소가 거의 확실시 됐다”며 “대사관을 통한 사실조회 회신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법무부는 한정된 기간 안에 난민심사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하다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법상 난민인정신청서 제출일로부터 7일 이내에 난민인정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에 1차 사실조회결과를 근거로 불회부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탑승동에 머무르는 입국불허자의 숙식을 두고는 법무부와 항공사 위원회 모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국불허자에 대해서는 항공사에서 송환의무를 진다”며 “탑승동에 있다고 해서 손을 놓는게 아니라 보안관리과를 신설해 순찰하고 있다”고 했다. 항공사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송환대기실에 들어가는 걸 거절한 이상 본인들이 숙식을 책임진다는데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알리 씨 등이 탑승동에 대기한 경위에 대해서는 시각 차가 있다. 법무부는 “난민인정 심사에 불회부된 경우 송환지시를 받은 항공사에 신병을 넘기고 항공사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출국대기실 또는 환승장(탑승동)에 대기하다 출국하게 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알리 씨 측은 “탑승동에 가는것과 관련해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리 씨와 아마드 씨는 가나와 에티오피아를 거쳐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출입국관리소에 난민신청을 했다. 증거물로 판결문과 사건번호까지 제출했지만, 출입국 측은 이들을 정식 난민심사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공항에 머무르며 강제송환과 소송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8일 “난민심사에 넘기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면서 출입국관리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위조 판결문이 아니라고 출입국관리소 측에 항의했다. 출입국관리소도 다시 한 번 이들의 판결문이 진본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주 이집트 한국 대사관에 사실조회했다. 추가 확인 결과, 두 사람의 판결문은 진본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출입국관리소는 지난 8일 오후 알리 씨와 아마드 씨의 난민심사를 거부한 결정을 직권 취소했다. 알리 씨 등은 공항을 벗어나 난민심사를 준비하게 됐다.



고도예 기자/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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