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
지난 12일 리히터 규모 5.8의 유례없던 강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에서는 일부 고교가 지진 발생 당시 했던 교내 방송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강진으로 건물이 흔들리고 금이 가는데도 대피는 커녕 오히려 자리를 지키며 자율학습을 계속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지진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유로 우리 학교 현장에는 지진 대처 매뉴얼이 없었던 것이다. 선생도 학생도, 지진이 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지진에 대한 대처방법이 전무하다. 일본과 달리 누구도 어렸을때부터 지진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이상 한국이 지진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게 입증됐기에 서둘러 어렸을때부터 지진 대피 훈련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의 지진 안전 불감증부터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12일 1차 지진 당시 경북지역 88개 학교 중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학교는 42개(47.7%)였고, 2차 지진까지도 대피하지 않은 학교도 11개(12.5%)나 됐다.
이처럼 경주지진과 같이 4~5규모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는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 대처법을 아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관심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천재지변이 인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학교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회 교문위 소속 송기석 의원(국민의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5년 교직원 안전전문교육 이수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52만7955명의 교직원 중 안전관련 직무연수 15시간을 이수한 비율은 38.8%에 불과했다. 즉 교직원 3명 중 2명은 아직도 재난 대피법을 숙지하고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안전교육 이수비율이 낮은 곳은 강진이 발생했던 경주 인근 지역인 경남교육청으로, 18.2%의 교직원만이 안전교육을 받았다. 서울교육청(23.2%)와 강원교육청(25.7%)도 20%대에 불과하는 등 이수비율이 낮았다. 이번에 강진이 발생했던 경주지역 관할인 경북교육청도 43.8%로, 이수 비율이 절반 이하였다.
교직원의 안전교육 이수비율이 낮은 것은 아직도 학교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학생 안전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때일 뿐, 다시 각 학교에 배부된 ‘재난상황 가이드라인’은 교무실 구석에서 먼지에 쌓여 있다. 또 교육부가 교직원의 안전 전문성을 높이려고 시작한 안전 전문교육은 학교별 학사일정에 밀리고, 지역교육청의 우선 진행 사업에서도 쳐지며 이수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당시 내진 설계가 안된 학교 건물 안에서 교직원들이 재난 시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이행하지 않아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천재지변이 인재로 번지지 않으려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는 것은 물론, 학교 현장에서 대피요령과 같은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