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때 日 주장이 시발점

‘김치 vs 기무치’. 한국과 일본의 해묵은 김치전쟁은 ‘독도 영유권 분쟁’과 ‘위안부 역사 문제’와 함께 한민족의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단골 메뉴였다.

양국의 김치대첩의 발단은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치가 공식 식품으로 지정되자 일본은 ‘기무치가 김치의 원조’라며 대내외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1993년 일본을 방문 중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공식 만찬에서도 기무치를 선보였다.

김치와 기무치는 재료는 물론 담그는 방법, 숙성 과정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의 김치는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 등의 양념이 어우러져 젓산균에 의해 자연 발효된 건강식품인 반면, 일본의 기무치는 정제염으로 간을 한 절임 배추에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겉저리 격 식품이다. 젖산 발효과정도 없어 김치에 비해 영양이나 기능 면에서 현격히 떨어진다.

25년 묵은…김치 · 기무치 ‘원조전쟁’

한국과 일본은 지난 25년간 세 차례의 김치전쟁을 벌였다. 1차는 1996년 김치의 국제 표기가 도화선이 됐다. 일본은 국제식품규격 표준으로 ‘기무치(kimuchi)’를 등록하기 위해 국제심사단에 로비를 하는 등 갖은 노력을 벌였지만,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결국 ‘종주국’인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CODEX는 2001년부터 일본도 김치를 수출할 때 ‘kimuchi(기무치)’가 아닌 ‘kimchi(김치)’로 표기하도록 했다. 2차는 김치의 규격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젓갈을 넣고 발효’시키는 한국의 김치가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마지막으로 2005년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 파동은 한ㆍ일 네티즌 간 민족 분쟁으로 비화했다. 일본의 일부 네티즌은 기이한 뇌 사진을 올려놓고 “김치를 먹은 한국 사람의 뇌”라면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 김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라고 비하했다. 또 일본 정부에 ‘한국산 김치 수입 전면금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김치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확실시되면서 일본의 ‘기무치가 원조’라는 꼼수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또 최근에는 과반수가 넘는 일본인이 “한국의 김치를 좋아한다”는 설문 조사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본의 조사업체인 ‘리서치판넬’은 일본 네티즌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1%에 달하는 일본인이 “김치를 좋아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김치를 좋아하는 이유로는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을 좋아한다” “맥주와 잘 어울린다” 등이 꼽혔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