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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졸업생 0.5%만 의사과학자로...바이오 시장 다 뺏긴다
뒤처지는 韓 바이오의료산업
국내 의사과학자 턱없이 모자라
미국 등 선진국 바이오의료 주도
KAIST 등 과기특성화대학 중심
전문인력 양성 적극적 투자 시급

“mRNA(코로나) 백신 개발은 과학과 의학의 융합을 통해 가능했다. 과학과 의학을 함께 아는 의사과학자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것이다” (안철수 의원)

“반도체보다 가치가 큰 바이오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과학자가 필수적이다” (이광형 KAIST 총장)

의사과학자 수가 턱없이 부족, 수백조원대로 커지는 전세계 바이오의료 시장에서 한국이 퇴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와 고령화로 바이오의료산업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관련 인재 양성은 답보상태다. 코로나 백신 개발에 뒤처진 것도 결국 의학과 임상경험, 연구능력을 갖춘 의사과학자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의사과학자란 과학기술 지식을 접목해 질병 치료,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등 다학제적 분야에서 융합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이자 과학자를 말한다.

▶의사과학자 턱없이 부족...전세계 바이오의료산업서 낙오= 과학계 따르면 미국 의과대학 졸업생(4만5000명) 중 3.7%(1700명)가 의사과학자로 육성되는 반면 한국은 연간 3000여명의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는 고작 0.3%~0.7%에 불과하다.

바이오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약 120개 의대에서 MD(의사자격증)와 PhD(박사학위)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 졸업생 중 83%가 의사과학자로 연구를 이어나간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 글로벌 제약사 최고과학자 책임자 중 약 70%가 의사과학자다.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기존 의과대학에서 바이오의료 산업을 키울 만한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다. 임상에 몰입하고 있는 한 연구에 투입할 여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러다 보니 바이오의료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관계자는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의료 산업을 놓고 전세계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관련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재 양성에 국가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인식 변화 절실...더이상 뒤처지면 안된다= 턱없이 부족한 의사과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과학기술원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의료계로는 의사과학자 육성이 사실상 불가능, 과학기술원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KAIST는 현재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오는 2026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으로 전환시켜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과기의전원은 공학 70%, 의학 30%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기존 의과대학과 달리 컴퓨터프로그램,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도 다루게 된다.

KAIST 관계자는 “의과학대학원 졸업생들이 의사과학자 학위를 취득해도 연구자가 아닌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졸업 후 연구에만 매진할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과기의전원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가 구상하고 있는 과기의전원은 일반 공과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4년간 의학, 공학 과정을 융합시켜 의사자격증을 부여하고 이후 4년간 공학박사를 취득하는 등 총 8년과정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미국 등 주요선진국에서는 의대 졸업 후 연구를 하고 창업하는 좋은 성공사례가 많다”면서 “과기의전원 졸업생들은 10년 임상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한국이 바이오의료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첨병역할을 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원의 의사과학자 양성이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의료계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카이스트의 의사과학자 육성은 기존 대학의 의사 양성과는 다르다”며 “그럼에도 의료계는 영역 침범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과학기술원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수행할수 있는 연구병원(부속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영역 침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의료계와 병원을 갖고 있는 명문 대학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이해관계 충돌이 걸림돌이 된다면 전세계 바이오시장에서 한국은 인재 부족으로 낙오될 수 밖에 없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 기존 의료계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원과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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