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15일 저녁(현지시각) 화재가 발생해 파리 시민은 물론 지구촌이 충격에 휩싸였다. 대성당의 첨탑은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고 지붕이 완전히 붕괴돼 ‘희망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파리 소방 당국은 주요 구조물은 다행히 불길을 피했다지만 또 하나의 인류 문화유산은 이미 잿더미가 돼 버린 건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대국민 담화 발표마저 미루고 즉각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유서깊은 대성당이 불타는 모습만 속수무책 바라보며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며 탄식만 할 뿐이었다. 파리 시민들은 “우리의 상징이 불타버렸다”며 비통해 했다. 그 심정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느껴지는 듯하다.

그럴만도 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던 프랑스 파리 최대 명소 중 하나다. 고딕 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으로 1163년에 첫 삽을 뜬 뒤, 1345년에야 완공될 정도로 건축사적 의미도 깊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황제 대관식이 열렸고,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각국 정상들과 교황청이 즉각 깊은 슬픔을 표명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더 당혹스럼고 참담한 것은 이번 화재 역시 부주의한 관리가 빚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그러나 프랑스 소방당국은 성당 첨탑 리노베이션 작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당 첨탑은 현재 개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서 불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소방당국도 이 점에 무게를 두고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 실제 현지 방송 화면에도 불타고 있는 대성당 지붕위에 리노베이션 작업을 위한 비계 등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11년 전 우리도 국보 1호 숭례문이 눈 앞에서 한줌 재로 변하는 똑같은 불행을 당했다. 그러기에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더 아프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숭례문 참사 이후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고 화재 발생일인 2월 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 다시 화마가 소중한 문화재를 덮칠지 장담할 수 없다. 정기적인 화재 방지 훈련과 소방시설 점검만 철저히 해도 ‘제2의 숭례문’ 사태는 막을 수 있다. 문화재는 한번 소실되면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이 안전의식 제고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