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동대문시대를 마감하고 성북동으로 다시 들어간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렉션’ 기자간담회에서 “이르면 올가을, 늦어도 내년 봄쯤 다시 성북동에서 관람객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2014년 DDP가 개관할 당시 전격적으로 전시장을 열었다. 이전까지는 성북동 보화각에서 한 해 두차례 무료 기획전을 개최했으나, DDP로 오면서 대중과 접점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전시는 외부기획전 형태로 소장품을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됐다. 첫 전시는 ‘간송문화’전으로 국보 제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선보이는 등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진경산수(2014.12.14~ 2015.5.10), 매난국죽 선비의 향기(2015.6.4~8.30)전으로 한국 전통문화의 진수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2016년 11월에는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전을 개최, 현대미술과 조화도 시도했고 이후엔 미디어아트를 활용, 전통에 뿌리를 둔 디지털작품도 선보였다.
간송미술관은 오는 3월 31일까지 3ㆍ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대한콜랙숀’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를 끝으로 5년 만에 다시 성북동으로 돌아간다. 전 관장은 “DDP로 나온 것은 성북동 건물이 1938년에 지어 많은 분이 관람하기는 불편한 시설이었다. 이제는 다른 방향을 모색할 때라고 판단했다”라고 외부기획전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전 관장은 이어 간송미술관 수장고 신축계획도 밝혔다. “미술관 앞에 수장고도 곧 신축할 계획이다. 미술관 기능 대부분을 그쪽으로 옮길 것”이라며 “미술관 건물은 1950년대 간송이 사용하던 당시 형태로 복원해 시민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간송미술관 측은 봄과 가을 연간 2차례 전시를 연다는 구상이다. 전시 포맷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한 대구 간송미술관 건립도 박차를 가한다. 전 관장은 “대구 공간은 (간송) 지역거점으로서 더 편안하게 가까이서 문화재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2022, 2023년께 미술관으로 기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전시인 ‘대한콜렉숀’은 간송 전형필(1906~1962)에 초점을 맞춘다. 일제 강점기, 전 재산을 쏟아부어 최정상급 문화재를 지켜낸 컬렉터이자 문화재 지킴이로서 그의 면모를 조명한다. 수미쌍관을 이루듯 첫 전시에 나왔던 청자상감운학문배병이 다시 나왔다. 시장에서 과일을 사듯, 기와집 20채 값인 2만원을 주고 선뜻 사들였다는 일화도 소개된다. 존 개스비 컬렉션도 통째로 나왔다. 개스비는 영국출신 변호사로 일본에서 근무하며, 한ㆍ일 주요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다. 간송은 그가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처분한 수집품을 인수했다. 개스비 컬렉션 20점 중 4점은 국보로, 5점은 보물로 지정됐다.
이한빛 기자/vi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