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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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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않는 것이 실패…큰울림 준 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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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티스트 틸다의 모습. [LG AI연구원 제공]

“이 조직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입니다.”

2020년 6월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 AI추진단(현 AI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상무(사업전략유닛장)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당시 구 회장의 한마디가 큰 울림이 있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과 목표가 생기면 도전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 난제들이 기본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를 각오하고 사업과 연구개발을 이어간 끝에 AI 휴먼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LG AI연구원은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한 도전’을 이어 왔다.

LG AI연구원이 야심차게 선보인 대표작이 AI휴먼 ‘틸다(Tilda)’다. 이는 LG AI연구원이 만든 초거대 AI ‘엑사원’을 뇌로 장착했다. 지난달 15일 박윤희 디자이너와 손잡고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뉴욕 패션 위크에서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AI로서는 세계 최초로 디자인 패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 사람의 피드백을 받으며 협업한 사례를 만들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사업전략유닛장 상무 [LG AI연구원 제공]

이 상무는 다음 도전할 프로젝트는 그래피티(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건물 벽이나 담벼락 등에 메시지를 담아 문자나 각종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예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메타버스 안에서 틸다가 자신의 그래피티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에 상응해 실제 세계에서 그래피티 아트를 하는 사람도 같이 컬래버레이션(협업) 하는 구도가 향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틸다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대변하고 환경 보호를 지향하는 16세의 ‘AI휴먼’이다. LG AI연구원은 창조적인 일에 도전하는 AI를 고민하다 시각적인 분야와 연결하게 됐고, 2019년말 틸다를 처음 기획한 이후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약 10개월간 지속적으로 사진과 언어를 짝지어 학습을 진행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30~40년 일을 하며 보는 그림은 최대 10만장 정도로 추산되지만, 틸다에게는 이미 2억5000만장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각적인 능력은 틸다가 ‘힙한(새롭고 개성이 강한 것을 지향한다는 뜻)’ 트렌드를 이끄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 옷이 버려질 경우, 환경 보호를 위해 이 옷을 리폼해 다시 입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작업을 디자인적 감각을 지닌 틸다에게 맡길 수도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이미 내놓은 가상인간 ‘김래아’와 시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1’에서 등장한 23살 여성 음악가 캐릭터인 김래아는 LG전자 제품을 소개하고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실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향후 ‘음악을 하는 김래아’와 ‘디자인을 하는 틸다’가 함께하는 작품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이 상무는 “틸다를 바탕으로 여러 새 기술을 시험하고 점점 완성도를 높여 거기서 얻게 된 산출물을 외부 파트너들과 나누며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