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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미투 600일②] “‘한 줌의 권력’만 있으면”…‘현재 진행형’ 성추문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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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화이브라더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함상범 기자] 미투운동이 미흡했던 탓일까, 성추문 사건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지속됐다. 방송, 연극,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성추문 사태가 발생 중이다. 배우와 PD, 감독, 대표 등 ‘한 줌의 권력’만 있으면 이를 이용해 여성에게 위력을 사용해온 남성들의 잘못이 드러나고 있다 .

배우 강지환은 지난 7월 자신의 자택에서 방송 스태프를 준강간한 혐의로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KBS에서 종편 채널로 이직한 정모 PD 역시 준강간한 혐의로 실형 3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다. 드라마 ‘키마이라’ 제작 현장에서 조연출이 여성 스크립터를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대부분이 위력을 이용한 성추문 사건이다.

이들 뿐 아니라 공연예술계, 방송계, 출판계 등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위력을 이용한 성추행 및 성폭행 등의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공개한 ‘문화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공연예술, 대중문화, 출판)는 예술인으로서 활동 기간 중 분야별로 11~34%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10명 중 세 명이 성추문을 당했다는 의미한다.

특히 공연예술계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80.7%)’, ‘엄격한 상하관계(58.4%)’ 출판계는 ‘가해자와 불평등한 관계(63.7%)’, ‘성차별적·권위적 조직문화(45.8%)’ 등을 성폭력 발생사유(중복응답)로 꼽았다.

응답자의 49%가 예술분야에 활동하면서 ‘예술인의 성추행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로는 ‘선배 예술가(71.3%)’, ‘교수·강사(50.9%)’, ‘기획자(30.8%)’ 순이었다.

성적 피해는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미투 운동’이 벌어지기 전인 ‘1년 이상~3년 미만(39.7%)’, ‘3년 이상~5년 미만(36.6%)’, ‘5년 이상~10년 미만(30.8%)’이었다. 이를 통해 여전히 성추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 대중문화예술 분야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분야에 종사하는 응답자(출연자·작가·스태프·기타 방송 관련 종사자) 468명 중 142명(30.3%)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방송계도 10명 중 세 명은 피해를 당한 셈이다. 이는 2015년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200곳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피해자 비율(6.4%)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여성 중 36.4%가, 남성 중 19%가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성희롱이 98명, 음란 메시지가 80명, 성추행이 41명, 스토킹이 16명, 폭행 및 협박이 수반된 성추행이 13명, 강간미수 12명, 불법촬영 7명 등이었다.

특히 방송분야 성폭력은 감독이나 PD, 선배 등 권력이나 지위에서 우위인 가해자로부터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분야 강간 피해자의 경우, 34.6%가 ‘연출PD 또는 감독’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실태조사로 인해 여전히 문화예술계 및 방송계 등의 분야에 성적 불평등문화예술계 성불평등 권력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수민 의원은 “방송분야 종사 여성들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직급이나 고용형태 등 위치에 따라 남성과 여성 모두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남녀갈등으로 몰고 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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