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그는 '간보기의 천재'인가? '연프'(연애 예능 프로그램)라는 게임 규칙을 가장 잘 활용하는 '전략가'인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솔로지옥3' 시즌3의 이관희 이야기다. 관희는 넷플릭스 데이팅 리얼리티쇼 '솔로지옥' 시즌3 8~9회에서도 여전히 화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이제 천국도를 자기 안방처럼 만들어 놓을 만큼 의자왕을 생활화하고 있다. 특히 9회 천국도에 간 관희-혜선의 분량이 얼마나 긴지를 보면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관희는 4~5회에서는 여성에게 인기는 있지만 말을 좀 세게 하는 '빌런'인데다, 남녀 교통정리가 된듯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다른 여성을 알아보는 '보험들기' 형태를 보였다. 여성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관희 뒷담화를 하며 관희를 성토했다. 패널인 이다희는 "(관희한테) 마음이 있어도 괘씸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후 어떻게 됐는가. 관희의 행동은 조금도 바뀌지 않은 채 일관성을 보이고 있고, 여성들은 관희에 대한 마음을 접어버리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매력에 더 빠진듯하다.
관희에게 할 말 다 하던 하정은 어디 갔나. "우리도 못생긴 얼굴 아니고 어디 가면 다 대접받는 얼굴인데..."라며 따지던 하정은 손톱과 발톱이 다 빠져버린 고양이 같다. 관희와 첫 데이트를 한 혜선은 관희가 돌고돌아 마지막에 자신에게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혜선은 중간중간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없이 '수미쌍관'을 기대하는 듯하다.
이 와중에 관희는 규리에게도 관심을 표명한 데 이어, 8회에서는 달리기 1등으로 천국도 커플을 가장 먼저 선택할 권한을 얻은 관희가 민지를 선택해 둘 다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질투 유발 작전도 아니고…)
관희는 하정과 혜선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민지를 대했다. 민지의 하얀 바지에 뭐가 묻자 자신이 지워준다며 벗어라고 하는 등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어 민지는 관희에게 "나한테 2순위는 없었어"라는 편지를 전했다.
이쯤 되면 관희는 바람둥이 처럼 비쳐질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은 나지 않았다. "연애 스타일이 원래 그런 애야"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관희는 자신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상대 여성이 자신에게 얼마나 적극성을 띄고 다가오느냐에 따라 연애전선이 바뀌는 유형이다.
혜선과 하정, 민지는 모두 관희를 바라보고 있다. 여성들에게 천국도 커플 선택권을 주는 닭싸움 게임의 1~3위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관희 더비'가 돼버렸다. 혜선은 관희를, 하정은 하빈을, 민지는 민규를 각각 선택해 천국도를 갔다.
9회에서 방송된 천국도행 헬기안에서 예측불가한 진귀한 장면이 나왔다. 민규-민지-관희-혜선이 나란히 앉아있는 헬기 뒷좌석안에서 민지가 관희 옷을 잡고 아는 체 했다. 관희가 이를 받아주지 않자 헬기안에서 민지는 울기 시작했다. 이를 민규가 보고 자신의 셔츠 밑단으로 눈물을 닦게 했다. 이 무슨 해괴한 그림인가?
민규는 민지에게 "내 옷은 더러워져도 돼. 셔츠로 눈물 닦아"라고 남자 천사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관희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민지는 "서러웠다"고 했다.
여기서 관희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패널들은 "재미 있다", "유쾌하다", "홀린다. 척 하지 않는다", "관희 지옥", "욕만 할 게 아니라 리스펙한다" 등등의 의견을 내놨다.
여성에게 재밌는 남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져감을 느낄 수 있다. 여성들은 배려 있고 다정다감한 남자를 찾다가, 노잼이 죄악이 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안타깝게도 전자와 후자는 겹칠 때가 많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도파민이 분출되어야 하는 시대다. '연애'는 하지 않고(또는 못하고) 줄창 '연애 시뮬레이션'만 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관희는 불친절하고 틱틱 거리는 면은 있지만 재미가 있다. 기존의 '나쁜 남자'라는 유형의 범주와도 벗어나 있는 새로운 캐릭터다. 시청자에게는 텐션을 올려준다. 썸 타는 과정에서 한방씩 주고받는 재미가 느껴진다. 그러니 관희가 마지막까지도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민규는 썩 괜찮은 남자지만 재미는 별로 없다. 민규는 규리와 잘 됐으면 한다. 원익도 착하고 배려 있지만 '연프'에서는 소용없다. 표현력이 약한 원익은 자신을 어필하기가 쉽지 않다. 진석은 '연애하는 인간'의 표현력을 지니지 못한 민영의 애정공세를 계속 받고 있지만, 민지와 멀어진 후 전의를 많이 상실한 듯 하며, 요즘은 '나른한 수사자' 같다.
그나마 '누나 동생 커플' 민우-민지 라인이 더욱 끈끈해지고 있고, 과묵했던 민우가 점점 능숙해지는 성장도 볼 수 있다.
종반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혜선, 민지, 하정 등 세 여성이 관희를 향하고 있다. 관희 같은 남자가 매력이 있기는 한 것 같다. 웃기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새롭다. 패널인 덱스(김진영)도 잘생기면서 재미도 어느 정도 있었는데, 관희는 더욱 예측불허다. 여성들이 관희와 사귀려면 하루에 눈물 한번 정도는 뽑을 각오는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생각도 했다. 관희는 농구선수다. 운동선수는 공간을 가장 넓게 활용해야 한다. 관희는 '연프'에서도 게임의 규칙과 상황을 가장 잘 활용해 상대를 공략하는 유형일까? 골을 넣을 수 있는 루트를 계속 개발하고,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연프에 참가하고 있을까?
요즘 방송중인 '나는 솔로' 18기는 영수가 인기남이다. 순자, 현숙, 영숙은 벌써부터 영수를 차지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둥굴둥글 믿음직하면서도 잘생긴 영수는 게임회사 NC소프트에 다닌다.
영수가 결혼하고싶은 남자라면, 관희는 연애하고 싶은 남자다. 두 남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영수는 자기소개때, 마음에 두고있는 여성이 몇명이냐는 질문에 "6명"(여성 전체... 이럴때 모범답안은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이라고 말해 순간적으로 여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그후 영수는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그 말을 취소한다고 한다.
만약 관희라면, 그 정도의 멘트는 취소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여성에게 분발하라고 하는 이 남자, 뭐가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