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배달 음식이 식었다는 이유로 폭언과 함께 살해 협박 당한 음식점 사장의 사연이 공분을 일으켰다.
4일 온라인에서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지난 2일 올라온 ‘장사에 참 회의감 들 때’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업주 A씨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새벽 2시30분쯤 술을 포함한 음식 배달 주문을 받았다. 그로부터 2시간 뒤 해당 손님에게 음식이 식었다는 항의 전화가 왔다.
A씨가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손님은 다짜고짜 “음식이 쳐 식었는데도 맛있다”고 말했다. A씨가 “죄송하다. 연휴 새벽이라 기사가 부족해 배달 시간이 좀 많이 소요돼 음식이 식었나 보다”라고 사과했지만 손님은 “음식이 쳐 식어도 잘 처먹었다”고 했다. 당시 배달 소요 시간은 30분이었다고 한다.
A씨가 재차 “죄송하다. 어떻게 해드리면 되냐”고 물었지만 손님은 “어떻게 해달라는 게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거다”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A씨는 거듭 사과하면서 환불해 주겠다고 했으나 손님은 “이미 배때기에 다 쳐들어갔는데 뭐 어쩌냐”라고 비꼬았다.
감정이 상한 A씨는 “비꼬지 마시라. 어떻게 해드리면 되나. 고객님 계속 상대할 수가 없다. 고객센터 통해 연락하시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손님은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 “XX놈이 전화를 끊고 XX이야. 죽여버린다” “내 뱃속은 쓰레기통이냐” 등 욕설과 폭언을 쏟아부었다.
A씨는 “녹음 다 했고 차단하겠다. 본인이 떳떳하면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요구하라”고 말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그러고서 5분 뒤 손님은 배달앱에 별점 1점과 함께 “넌 내가 꼭 칼로 찔러 죽인다”는 내용의 리뷰를 올렸다.
A씨는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하지만 손님은 오히려 자신이 협박을 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가 경찰에 녹음한 통화 내용을 들려주자 손님은 그제야 리뷰를 지우고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후 손님은 어머니를 대동해 지구대를 찾아왔다. 경찰서에 온 어머니도 통화 내용을 들려주고 리뷰를 보여주자 무릎을 꿇으며 울며 사과하더라고 A씨는 전했다.
결국 A씨는 손님을 처벌 없이 용서했다. A씨는 “경찰도 좋게 해결하라고 권유하더라. 마음 같아선 끝까지 가고 싶은데 젊은 애니까 봐줬다”면서 “한 15살은 어려 보이는 조카뻘 애한테 이런 소리나 듣고 장사에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협박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