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왜 하필 디즈니+냐? 넷플릭스였다면 미국서도 터졌다”
역대급이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과 아시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무빙이 정작 전세계 콘텐츠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큰 방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무빙’의 존재감은 ‘오징어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미국에서도 흥행을 이끌며,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에 비해 약한 디즈니+ 플랫폼, 더빙 조차도 안된 마케팅 및 홍보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플랫폼(디즈니+)을 잘못 만났다” “작품이 아깝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영어가 아닌 작품의 경우 더빙을 안하면 흥행이 힘들다. OTT로 보는 시청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더빙으로 본다.
다국어 더빙을 바탕으로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과 달리 ‘무빙’은 흥행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무빙 더빙판이 없는 것은 디즈니의 비용 절감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다각도로 ‘오징어 게임’을 홍보했던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는 공식 X (옛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조차 ‘무빙’에 대한 포스팅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한국을 중요한 콘텐츠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넷플릭스와 전혀 다른 행보다.
특히 미국에서는 디즈니+가 아닌 OTT 훌루(Hulu)를 통해 무빙이 공개됐다. 이렇다할 홍보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훌루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K드라마로 떠올라, 디즈니+의 부실한 서비스가 더 아쉬움이 남는다.
업계에서는 “무빙이 넷플릭스에서 나왔다면 오징어게임을 능가하는 흥행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콘텐츠 제작업체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를 뛰어 넘는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영향력을 키우지 못하면서 아쉽게 묻힌 작품들이 많다”며 “무빙이 넷플릭스에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불친절한 자막, 미흡한 서비스 대처 등 디즈니+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다. 심지어 무빙 다음 회차 보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자처하는 디즈니+를 놓고 “동네 구멍가게”라는 비난이 나왔다. “뭔가 단단히 오류가 난 것 같다”며 무빙 주연 배우 류승룡이 직접 SNS에 다음회차 보는 법을 올리기도 했다.
디즈니+는 무빙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11월 부터 한국에서 기존 멤버십 가격(월 9900원)도 4000원이나 올린다. 무빙을 빼면 이렇다할 히트 콘텐츠가 없는데, 요금만 올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총 20부작이다. 탄탄한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풍부한 볼거리까지 ‘갓작’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다.
미 유력 매체 CNN도 무빙에 대해 “스타워즈와 마블을 능가하는 한국의 시리즈”라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