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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걸’김용훈 감독,“시궁창 안이지만 아름답게 포장하면 그 간극에서 오는 재미”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은 잘 만든 시리즈물이다. 요즘 계속 새로운 시리즈물이 나오면서 작품들이 빨리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데, ‘마스크걸’은 조금 더 곱씹어봐야할 작품이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7부작이다.

미와 추에 대한 이야기를 몰입감 있게 끌고가면서 블랙유머로 한방을 때린다. 김모미 역할은 이한별, 나나, 고현정 등 세 배우가 차례로 연기한다. 1인 3역이 아니라 3인 1역이다.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김용훈 감독을 만났다.

-왜 3인 1역으로 했는가.

▶세 배우가 모미 역할을 하는 것은 나이들어가는 과정에서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형후와 성형전 특수분장을 하게 되는데, 한 사람이 계속 하면 그 표현이 불편하고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특수분장을 한 상태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표정들이 안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가 의견을 청취해 결국 1역 3인으로 하게 됐다. 창작자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봐준 것 자체가 영광이다.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봐줘 감사하다.

-원작을 어떻게 봤는가.

▶원작 웹툰을 재밌게 봤다. 흡인력 있게 단숨에 읽었다. 나의 전작(2020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그렇지만, 선과 악의 경계선에 있는 인물을 다루고 싶었다. 인물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고싶었다.

-영화감독이 처음으로 시리즈물을 연출했는데.

▶영화 방식으로 했다. 드라마를 몰랐다. 그래서 새로운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더하고 싶었는데, 이번 제안은 시리즈로 길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 2시간에 담을 수 없고 시리즈로밖에 안된다고 보고 각색 작업을 했다. 인물별 구성을 해보니 7부로 떨어졌다. 드라마를 하시는 분들은 짝수를 좋아하시던데. 주오남(안재홍)이 죽고난 뒤, 그 다음은 주호남의 엄마(염혜란)의 등장이 맞고, 모미가 춘애(한재이)를 만났으니, 4부는 춘애로 구성되는 식이다.

사람들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뒷부분에 힘이 빠졌다는 사람도 있더라. 모든 회차가 다르게 보이지만, 한 작품으로 느껴지게 했다. 회차별로 느낌을 다르게 하다 보니, 앞부분은 더 강렬했다.

-하고싶은 말은? 또,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건지, 어떻게 다룰 건지가 이야기 본질에 맞닿아야 힘이 생긴다. 섹슈얼리티, 비툴어진 모성 등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를 다루려고 한 게 아니다. 그것은 표면적이다. 외모지상주의는 1~2부에서 조금 다뤘고, 뒤에는 각각의 주제가 다 다르다. 그래서 연도별로 색깔도 달리 했다. 1,2회는 노란, 3,4회는 주황, 5~7회는 초록색이다.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양면성과 이중성을 다루고 있다. ‘가면은 쓴다’는 게 본질이다. 보편성이 있고 장르적인 재미가 있다.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힘들게 했다. 하나의 시점보다는 다중성으로 볼때 인간의 다양성을 볼 수 있다. 블랙유머가 많다보니 편하게 웃지 못하는 작품이다.

-원작과 다른 부분은.

▶인물에 대한 시선에 연민이 있었다. 모미 캐릭터의 서사를 생각할때, 성장하고 편하게 엔딩을 맞았으면 했다. ‘마스크걸’에는 혐오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자신으로 인해 혐오적 시선을 받게 된 미모의 이야기다. 엄마를 원망했던 딸이 마지막에는 화해, 이해하고 해소하는 이야기로 바꾸려고 했다.

-염혜란이 연기한 김경자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다.

▶김경자를 동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식을 잃은 엄마의 모성애는 이해할만하다. 김경자의 시선으로 볼때 모미는 악녀다. 물속에서 다시 나타난 김경자는 달라진다. 주님이 사탄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줬다고 믿는 종교적 신념을 가지는 비뚤어진 모성이다. 5회~7회는 비뚤어진 모성과 구원이라는 이야기로 계속 간다. 구원을 얻기 위해 비뚤어진 신념을 고수한다.

-김경자는 왜 변했을까.

▶김경자가 가진 건 아들에 대한 집착과 ‘오로지 신(神)’이라는 두가지뿐이다. 후반부에는 신의 생각을 자신이 잘못 해석한 거다. 이걸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화 ‘밀양’에도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분장에 대해서 말해달라

▶모미의 특수분장은 ‘못생김’을 의미한다.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모미는 특수분장을 하지 않았다. 반면 김경자는 특수분장을 해도 괜찮다. 일종의 변장이다. 처음에는 나이든 할머니처럼 푸근하다가 중간에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처럼 강렬한 할머니로 느껴지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변신은 계속 화제다

▶배우들이 계속 다른 걸 보여주는 도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할리웃 배우들은 이런 걸 즐긴다. 모미가 나나에서 10년후 모든 걸 초월한 고현정으로 바뀐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다 버리고, 얼굴이 터져도, 싸우는 과정이 이전의 모든 걸 비워내는 걸 의미한다. 흑백 톤과 미니멀한 음악으로 표현했다.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눈 고현정 선배가 아이디어를 줬다. 나는 대사를 줬는데, 고현정 선배는 대사를 가급적 줄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대사를 절제한 게 더 효과가 큰 것 같았다.

-모미로 캐스팅 된 신인배우 이한별도 화제다.

▶지원자 1000명을 다보지는 못했다. 코로나 시절이라 나는 2차 영상프로필부터 봤다. 프로필에서 강렬함을 느껴 만나고 싶었다. 막상 만나고 나니, 배우로서 가진 생각과 태도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모미를 연기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주오남(안재홍) 분장도 성공적이었다.

▶촬영현장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 당일 알바가 통제를 할 때가 있었는데, 안재홍 배우는 들어올 때마다 통제를 받았다. 우리는 계속 주오남으로 분장한 모습만 보다가 분장을 지우고 나타나니까 이상했다. 실제 보니 잘 생겼고, 머리숱도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 비극성이 있는데.

▶삶은 아이러니가 있다는 게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경자 입장에서 보면, 자식이 효도하기를 바라고, 손주를 안아보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앞에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아이러니고, 김경자가 고통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3인 1역은 낯설다.

▶서사를 따라가는 데는 무리는 없다고 본다. 배우가 바뀌는 데에서 오는 이질감은 있을 수 있지만, 인물의 시점이 바뀌다 보니 그 간극이 짧으면 이질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중요했다. 한별이가 BJ를 할 때 나나의 목소리를 20% 정도 섞었다. 나나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다.

마스크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지에 대해서도 미술감독과 상의했다. 이 작품은 미와 추를 담고 있다. 추한 이야기를 추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겉은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했다. 시각적으로 불편한 부분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시궁창 안이지만 아름답게 포장하면 그 간극에서 오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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