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박사...’ 사기꾼 퇴마사役
전우치 느낌 나면 재촬영 차별화
“진짜 재미만을 위한 영화예요”
“영화 보니까 제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게 좋았어요. 예전엔 나이 대보다 어려보인다고 했는데, 이젠 성숙해 보이고 아저씨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나이가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40대 역할을 잘할 수 있겠다 생각해요.”
배우 강동원이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에서 자신의 연기와 모습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
영화 ‘천박사’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천박사가 자신과 연관된 퇴마 의뢰를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물이다.
강동원은 주인공인 천박사로 분했다. 평소엔 가짜 퇴마사로 활동하며 가짜 굿으로 돈을 벌지만, 자신의 가족과 연관된 퇴마 의뢰를 받은 뒤 ‘반 귀신’인 범천(허준호 분)을 대적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천박사는 강동원이 도사로 분했던 ‘전우치’와 화려한 말발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으로 등장했던 ‘검사외전’이 합쳐진 듯한 캐릭터라는 평이 많다. 하지만 그는 천박사가 두 캐릭터에 오버랩 되지 않도록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천박사가 ‘전우치’나 ‘검사외전’의 중간 지점에 있는 캐릭터여서 촬영하다가 조금이라도 전우치 같으면 다시 촬영했어요. 조금이라도 새롭게 하려고 노력했죠. 기본 말투도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천박사’는 후렛샤 작가가 지난 2014년 내놓은 웹툰 ‘빙의’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등 굵직한 작품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김성식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하다. 강동원은 김 감독이 신인 감독 답지 않게 능숙해 보였다고 전했다.
“연출부를 오래하신 (신인감독) 분들은 확실히 진행이 빨라요. 김 감독님도 진행이 매우 수월했어요. 본인이 그날 계획한 걸 찍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셨어요. 항상 비전이 있고,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이라 그런지 그림 자체가 머리 속에 있어서 (영화를) 찍기 수월했죠.”
‘천박사’는 이번 추석 극장가에서 ‘거미집’과 ‘1947 보스톤’과 삼파전을 벌이는 가운데 개봉 전부터 연일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강동원은 ‘천박사’의 인기 비결을 ‘재미’로 꼽았다.
“진짜 재미만을 위한 영화예요. 관객들이 재밌게 보도록 코미디부터 공포, 액션까지 다양하게 담으려고 했어요. 그게 카타르시스가 있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2003년 MBC TV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강동원은 어느덧 배우 20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장르와 영화 및 드라마 등을 소화하며 그만의 경험을 쌓는 시간이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요즘 연기의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 있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워요. 예전엔 스트레스만 받았는데 이젠 어떻게 찍어볼까 생각하면서 들뜨죠. 갈수록 더 재밌어요.”
21년 차 배우의 여유랄까. 그는 오랜 시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다 보니 현장이 더 재밌어졌다고 말한다. 스탭들 앞에서 연기할 때 위축되고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데뷔 초 강동원과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여유로워졌다.
“처음부터 목표했던 건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자는 것이었어요. 아직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고, 점점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20년 이상 연기하다 보니 이젠 되게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에요. 어떤 힘든 장면이 와도 긴장하지 않고 다양하게 표현해보고, 어떤 디렉션이 와도 고민 없이 하게 되죠. 예전엔 많이 위축되고 걱정도 많았는데 이젠 그냥 자유로워졌어요.”
그만의 연기 노하우도 있다. 강동원은 무엇보다 현실 감각을 유지하는 게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배우가 자기 세계에 갇히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알고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해요. 뉴스를 많이 보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