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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7 보스톤’ 하정우 “손기정 역할 부담스러웠다…강제규 작품, 꿈꿔왔던 일”[인터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처음엔 손기정 선생님 역할이 부담스러웠어요. 때문에 유족 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죠. 연기는 보통 제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 영화에선 손기정 선생님부터 생각했어요. ‘이건 선생님이 보고 계시지, 선생님이면 어땠을까, 어떤 심정이었을까’ 늘 되뇌었죠.”

배우 하정우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1947 보스톤’에서 마라톤 영웅 손기정을 연기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1947 보스톤’은 1947년 태극마크를 달고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서윤복의 실화를 그린다. 하정우는 서윤복(임시완 분)을 가르치는 손기정으로 분한다.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땄지만 시상대에서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육상을 강제로 그만둬야 했던 불운의 인물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는 극 중에서 마라톤 신기록 보유자로 나오는 만큼 마라톤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그는 2018년 12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마라톤 풀코스 대회에 참가했다. 평소 하프 코스도 달려본 마라톤 경험자였지만 풀 코스 완주는 차원이 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너무 힘들었어요.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6시간 만에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잔디밭에 누워서 한시간 동안 아예 꼼짝도 못했어요. 꿈 속에서 달리고 싶은데 달리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다행히 이걸 경험하니 영화 촬영할 때 마라톤하던 시완이를 보며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어요.”

그러나 영화에선 정작 하정우가 마라톤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그가 마라톤 선수가 아닌 감독 역할이었던 데다 촬영 직전 무릎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1947 보스톤’에 앞서 영화 ‘백두산’을 촬영하다 무릎을 다쳤다. 이미 잦은 농구 운동으로 무릎이 좋지 않았던 상태에서 직접적인 부상을 입으면서 양 무릎의 연골의 일부를 제거해야 했다.

“두 달간 재활 치료를 받고 ‘1947 보스톤’ 촬영에 들어갔어요. 절대 뛸 수 없는 상태였던 터라 뛰기로 했던 장면은 자전거 타는 장면으로 대체했어요. 촬영 현장에선 재활 치료사한테 치료를 받으면서 촬영했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소재는 마라톤이지만 하정우는 이번 영화가 스포츠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감동적인 드라마에요. 마라톤 스포츠라고 보기엔 휴먼 드라마에 가까워요. 누구나 재밌게 부담이나 고민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작품 같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하정우의 능청스러운 애드립 같은 대사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는 이러한 애드립은 사실 즉흥적이기보단 철저한 고민과 준비 끝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더 좋은 대사가 뭐가 있을까 늘 고민해요. 대사 한 마디가 주는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대사를 고민해보고 괜찮은 게 있으면 감독님께 여쭤보는 거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에게 이번 영화는 감개무량한 작품에 가깝다. 그가 무명이었을 때부터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을 꿈꿔왔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감독이다.

“2003년 즈음에 압구정의 한 고깃집에 밥을 먹으러 가는데, 저 멀리서 강 감독님과 스탭 분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어요. 전 당시 오디션을 한창 보러 다닐 때였거든요. 그때 ‘나도 저기 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감독이 언제 한번 안 불러주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1947 보스턴’ 시나리오를 받고선 ‘드디어 왔구나’ 했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는 배우 생활을 왕성하게 하는 동시에 연출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골프를 소재로 하는 영화 ‘로비’를 크랭크인 했다. ‘롤러코스터’, ‘허삼관’ 이어 세 번째 연출작이다. 그는 “요즘 쉬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며 아쉬워 하면서도 꿈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마음만큼은 제작과 연출을 왕성하게 하고 싶어요. 제작자나 감독 같은 거창한 타이틀을 원하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그냥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꿈과 소망 하나하나를 이뤄가는 단계에 있는 것 같아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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