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중학교 2학년 아들이 담임교사에게 ‘미친X’라고 욕을 하자, 아버지가 아들을 크게 혼내고 밥도 먹지 말라며 냉전중이라는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악성민원 등으로 극단 선택을 한 교사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선생님께 잘못을 한 아들을 따끔하게 혼내는 아버지가 '올바른 모습'을 보였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담임 선생님께 욕해서 맞은 아들 vs 남편의 냉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들의 어머니인 글쓴이 A씨에 따르면, 최근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여성 담임 교사에게 경고를 받았는데,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사용했다 결국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그러자 아들은 여교사에게 '미친X'라고 욕을 했다.
당시 쉬는 날이었던 A씨 남편은 얘기를 전해 듣고는 바로 학교로 찾아가 아들 뺨 3대와 머리를 한 대를 때렸다고 한다. 이에 키가 180㎝ 넘는 아들은 눈 실핏줄과 입술이 터졌고, 교사 뒤에 숨어 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은 분을 참지 못했는지 욕도 퍼부었고, 놀란 교사들이 이를 말리기도 했다.
학교 측은 A씨 아들에 대해 반성문 제출과 교내 봉사로 처벌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A씨는 "담임 선생님과 통화해보니 반성문은 잘 써왔고, 사과도 받았고 교내 청소봉사도 잘하고 있따고 한다"며 "정신적 위자료라도 지급하겠다고 했더니 '절대 그러지 말라'고 용서해 주셔서 잘 풀었고, 쉬는 날 따로 가서 사과도 드렸다"고 설명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들의 휴대전화를 해지했고, 컴퓨터 본체는 차에 실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남편은 "애들이 사달라는 거 다 사주고 물고 빨며 키웠더니 이런 사달이 났다"며 "밥도 먹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남편은 또 "얼마나 부모랑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알면 욕을 하냐. 정떨어진다"면서 여전히 화가 난 상태라고 한다.
A씨는 "남편이 첫째 아들이라고 엄청나게 예뻐했는데 실망했을 거다. 아직 남편과 아들이 겸상도 못 한다. 남편이 눈에 보이면 죽인다고 식탁에 못 앉게 하고 있다"며 "아들은 아빠랑 화해하고 싶다고 했지만 남편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남편은 '우리가 잘못 키운 것 같다'고 생각 좀 해본다길래 그러라고 했다"며 "저도 남편 편이지만 아들이 2주 지나니 불안해하고 우울해한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 사연에 누리꾼들은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올바른 부모의 모습을 보였다", "필요하면 저런 모습을 보여야 아이를 바로 잡는다. 좀 더 남편을 믿고 기다려봐라", "체벌이 길면 역효과가 난다. 아들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교화하겠다는 거라면 용서를 해줄 때도 된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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