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련, 300인 이상 중견기업 조사
신규 인력 수요 대비 부족률 80% 육박
인력난→업무가중→연쇄 퇴사 ‘악순환’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뿌리 업종 중견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외국인고용허가제 기준이 완화되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겠다는 중견기업이 10곳 중 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5일 발표한 ‘중견기업 외국인고용허가제 수요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300인 이상 뿌리 중견기업의 69.0%가 공장을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채용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7월 3일부터 25일까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뿌리 중견기업 8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뿌리 중견기업 신규 인력 수요는 기업 당 평균 41.3명이지만, 실제 충원된 인력은 8.5명에 불과해 인력 부족률이 79.1%에 달했다. 지방의 경우 인력 부족률이 81.2%에 달했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수도권 소재 중견기업의 인력 부족률도 66.3%로 높았다.
응답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사무직을 제외하면 ‘생산직(82.4%)’, ‘단순노무직(17.6%)’, ‘생산지원직(14.7%)’ 등 모든 직종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견련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이직률이 증가하고, 근속 연수가 단축되면서 기술 숙련도와 제품 생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력 부족 탓에 업무 강도가 증가해 또 다른 근로자 이탈로 이어진다는 응답도 85.7%(복수응답)에 달했다. ‘납품 지연(14.3%)’, ‘생산 설비 가동 중단(14.3%)’ 등 인력난이 매출 감소, 시장 축소로 이어진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인력난의 원인으로는 ‘지방 소재(38.3%)’, ‘대기업 대비 낮은 임금(35.0%)’, ‘이직(21.7%)’, ‘뿌리 산업 기피(20.0%)’, ‘열악한 주변 인프라(11.7%)’ 등이 꼽혔다.
지방 소재 A 중견기업 관계자는 “지역적인 한계로 필요 인력의 20%를 충원할 수 없어 1분기 목표 생산량의 85%를 간신히 넘겼다”라고 밝혔다.
단조·제강 업종 B 기업 인사담당자는 “단조 업종이 3D로 인식되는데다, 사업장이 지방에 소재해 입사 지원자가 거의 없다”라면서, “올해 생산직 필요 인력의 약 10%만 충원됐는데, 특히 고졸 인력들은 대부분 1년을 못 버티고 퇴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뿌리 중견기업들은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출·퇴근 교통비 지원(36.2%)’, ‘주거보조금·기숙사 제공(25.0%)’, ‘휴가비 지급(13.3%)’, ‘야간근로 수당 지급(6.7%)’, ‘사내 편의 시설 제공(5.0%)’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300인 이상 비수도권 소재 뿌리 중견기업까지 외국인고용허가제를 확대한 조치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현장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제조 업종 전반의 인력난을 감안할 때, 소재지와 기업 규모 등 경직적인 기준을 넘어 전체 제조 중견기업까지 외국인 고용을 전향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