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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미-중 반도체 전쟁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을까? 반도체를 직접 시장에서 구매한다는 것은 전기·전자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고자 하는 호기심 많은 학생이나 공학도 그리고 일부 전문가 집단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는 반도체를 구매하는 데에 직접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자신이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상당히 많은 양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우선 아침 기상을 알리는 알람시계에서부터 통화는 물론 카메라, 게임기, 메모장 등 다양하고 복합된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학습과 업무에 사용하는 PC가 대표적으로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이다. 매우 드물게는 스마트폰과 PC를 사용하지 않으니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문명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않고 자급자족하며 사는 부족 이외의 현대인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양을 계산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반도체가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반도체의 중요성 높아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 불리고 있으며,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반도체는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반도체 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미국이며, 다음으로 중국, 기타, 유럽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정 국가(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반도체=반도체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부품이고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국가(지역)는 의외로 많지 않다.

먼저 반도체를 처음으로 발명한 나라는 미국이다. 1950년대 미국의 전기·전자산업이 발달했고 트랜지스터가 전자산업의 혁명을 이끌었다. 전자제품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사용되는 트랜지스터의 양이 많아지게 됐고 접합 부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제품에서는 접합 부위에서 발생하는 접촉 불량도 늘어났는데 반도체(집적 회로)의 개발로 이러한 문제가 깨끗이 해결됐다.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보다 파격적인 효과를 발휘했고 독일, 일본 등 전자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전유물이었다.

이후 1980년대 전자산업이 발달한 한국과 대만에서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고 2010년 이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최근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국가가 됐다. 2023년 기준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국가(지역)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중국으로 5개 국가에 불과하다. 이 5개국에서 생산되는 메모리반도체가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종류가 더 많은 시스템반도체도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시스템반도체는 대부분 설계와 생산이 분리돼 있는데 먼저 설계가 가능한 국가(지역)는 미국, 대만, 중국, EU, 한국, 일본 정도이며, 생산이 가능한 나라는 대만, 한국, 미국, 중국, EU 등에 불과하다.

▶칼과 방패의 싸움=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국가 중 가장 최근에 부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중국이다.

반도체산업은 대표적인 장비산업으로 고가의 첨단 제조장비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또한 장비가 있어도 축적된 제조기술이 없으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의 생산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앞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은 첨단 제품 개발과 동시에 신규 시장 진입을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었기에 1990년대 이후 새롭게 반도체 제조업을 시도하는 국가나 기업은 드물었고 성공한 기업도 없었다.

그런데 중국이 201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반도체 개발 역사도 사실은 오래됐다. 냉전시대 무기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반도체 개발을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수요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등 반도체산업이 발전하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의 산업은 농경 중심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변화했고 원유와 반도체 수입이 계속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수입은 계속 늘어나는데 자국 내 생산능력이 제로에 가까워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은 높은 반도체 생산시장의 진입장벽을 넘었으나 이를 반기지 않는 미국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비산업인데 미국이 중국의 장비 수입을 통제하니 중국에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의 생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이 절실하게 필요한 중국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이전 장비를 활용해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의 원천 기술이 필요 없는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생산 의지를 꺾지 않고,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을 견제한다면 반도체 전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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