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희생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 소재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 간 네 탓 공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물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질책을 받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게 (지자체에) 미호강 관련 경보를 세 차례 보냈음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지자체 탓을 했다.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대로 했다며 급작스러운 미호강 범람 탓을 했다. 급기야 환경부의 물관리 역량에 질타가 쏟아지며 수자원관리를 다시 국토교통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나왔다. 하지만 담당조직을 바꾼다고 물관리가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환경부가 떠맡으면서 국토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300명이 그대로 옮겨와 맡고 있는 상태다. 단순히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2018년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물관리업무가 넘어왔지만 세부적으로는 복잡하다. 환경부는 국가하천 중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 위임하고 있다. 문제가 된 미호강은 충북도 관할로 충북도는 다시 청주시에 이를 재위임하는 구조다. 저마다 매뉴얼이 있지만 관할이 다르다 보니 틈이 생길 소지가 적지 않다. 오송 참사의 경우 청주시는 사고 발생 2시간 전에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강 범람위기 전화를 받고 소방당국으로부터도 “제방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궁평2지하차도가 포함된 508번 지방도는 충북도 관할이라는 이유로 위험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소관 업무와 자기 매뉴얼만 따지고 유기적 협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재난관리 기준도 더는 기후변화시대에 맞지 않다. 과거 50년, 100년 한반도 강수량을 기준으로 만든 기존 매뉴얼로는 ‘극한호우’라는 이상 기후에 대처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지하차도 중앙이 50cm 이상 잠기면 도로를 통제한다’는 충북도의 매뉴얼은 미호강 옆에 있어 순식간에 물이 들어찰 수 있는 지형이 고려되지 않았다. 과거 시스템과 매뉴얼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유사시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 필요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선 시급한 것은 재난지역의 복구다. 참담한 일을 당한 지역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참사의 원인을 지난 정부의 잘못된 물관리 일원화 정책 탓으로 돌리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단체의 반대로 하천정비사업이 거의 안 됐다”는 한 장관의 발언도 책임 있는 부처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다. 치수는 국가경영의 기본 중 기본으로 더는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