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차 학살 현장과 이르핀지역을 둘러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확대하는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전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위험한 곳을 찾아간 것은 힘에 의한 강대국의 침공에 반대하며, 민간의 생명과 삶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연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방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세 번에 걸친 초청 요청이 있었지만 나토회의 참석 후 우크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방문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6·25전쟁을 겪은 우리로선 우크라의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지만 중·러와 관계 속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젊은이들, 그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은 모호한 노선에서 사실상 G8 국가로서 책임과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나온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방침에는 헬멧·방탄복 같은 군수물자 지원 확대와 인도적 물품 신속 지원, 세계은행과의 협력을 통한 재정 지원,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 확대 등이 들어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마땅하다. 한국은 과거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탈바꿈한 유일한 나라다. 우리 스스로의 노력 못지않게 외부의 도움이 컸다는 얘기다. 그만큼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에 한국적 경험과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크라 재건사업 참여 요청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최대 20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재건사업을 놓고 벌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좋은 여건을 갖게 된 것이다. 당장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확장공사 업무협약(MOU)을, 삼성물산은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이런 재건사업 기회가 최소 66조원에 이를 것이란 게 정부의 추산이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섬세한 외교의 필요성은 더 중요해졌다. 긴장고조로 이어지지 않게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국익이 언제나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