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굴, 81살 맞아?” ‘최강 동안’ 비결 알고 봤더니
영화 ‘인디애나 존스’ 5편에서 40대를 연기한 해리슨 포드. 해리슨 포드의 현재 연기와 과거 젊은 시절의 얼굴을 합친 디에이징 기술로 만들어졌다. [인디애나 존스’ 5편 공식 예고편 캡처]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40년 지나도 예전 모습 그대로네”

이젠 80대가 된 미국 배우 해리슨 포드가 신작 영화 ‘인디애나 존스’ 5편에서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80대로 보이지 않는 매끈한 피부, 풍성한 머리카락, 갸름한 얼굴. 1982년 개봉한 인디애나 존스 1편에서 40세였던 해리슨 포드가 40여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모습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뭘까.

해리슨 포드가 시간을 역행할 수 있었던 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실제 배우의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게 만드는 효과나 기술을 ‘디 에이징(de-aging)’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영화 제작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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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배우 해리슨 포드(81)의 현재 모습 [EPA]

과거에는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배우의 주름살을 지우고 피부톤을 화사하게 보정하고, 얼굴 형태를 다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럼에도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긴 장면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세운 특수효과 기업 ‘ILM’이 ‘페이스 파인더’라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작업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2019년 말 공개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에서도 사용됐다. 영화에선 70대인 로버트 드니로가 20대 청년부터 40대 중년, 80대 노년까지 연기한다. 조 페시와 알 파치노도 마찬가지다. AI가 배우들이 젊은 시절에 등장했던 영화 여러 편을 학습해 과거의 젊은 모습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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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 ‘카지노’. 인공지능(AI) 기술로 30대 최민식의 모습을 구현했다. [유튜브 ‘디즈니+’ 캡처]

국내에서도 AI를 동원한 디에이징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초 공개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의 ‘카지노’에선 60대 최민식이 30대 시절 자신의 모습을 연기했다. 씨제스걸리버스튜디오의 VFX(시각특수효과)팀이 AI 기반 디에이징 작업을 맡았다.

AI는 과거 최민식이 출연했던 작품을 딥러닝 방식으로 모두 분석했다. 이를 통해 30대 최민식 얼굴의 특징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후 실제 촬영본에서 AI 알고리즘이 최민식의 움직임을 추적해 젊은 시절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목소리까지 젊게 변환시키는 오디오 스타트업 수퍼톤의 ‘보이스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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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가 올해 1월부터 선보인 TV 광고.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20대 윤여정(왼쪽)과 지금의 윤여정 모습을 담았다. [유튜브 ‘KB라이프’ 캡처]

광고 업계도 AI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KB라이프의 광고엔 70대 윤여정의 젊은 모습이 등장한다. 한 사람의 생애 주기를 보여주기 위해 20대 윤여정의 모습을 재현했다. 가상인간 ‘루이(Rui)’를 개발한 디오비스튜디오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 윤여정의 표정과 말투 등을 학습해 결과물을 완성했다.

해당 광고는 KB라이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지 5개월 만에 38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광고를 접한 시청자들은 “TV로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광고 진짜 잘 만들었네요”라며 호평을 남겼다. “컴퓨터그래픽(CG)인가요? 닮은 배우인 건가요?”라며 광고의 제작 과정을 궁금해하는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