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병씩 마시는 사람도 있다?” 편의점 줄서서 사는 ‘이 음료’ 자칫 큰 병 난다
한 청소년이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답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하루 3병은 기본이라고?”

잠을 깨려고 마시는 고카페인 음료. 그런데 마셔도 너무 많이 마시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3명 중 1명꼴로 하루 3병 이상 마셔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의 과다섭취를 경고하고 있다. 성장장애나 혈압상승 등 각종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미국에선 고카페인 음료를 과다섭취한 고등학생이 사망한 사례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편의점 음료진열대에 섭취 주의문구를 표시하라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숙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건강 수단으로 각광받는 시대, 어떡하든 잠을 깨고자 발버둥치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식약처는 3일 청소년의 카페인 과다 섭취를 줄이기 위해 편의점 고카페인 음료 진열대에 카페인 섭취 주의문구를 표시하기로 했다. 지난 2021년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됐는데 올해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카페인 음료란 100㎖당 카페인 15㎎ 이상을 함유한 음료를 말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고카페인 음료 주 3회 이상 섭취율(%)은 지난 2015년 3.3%에서 2019년 12.2%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청소년 중 30%가 하루 3병 이상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몇 년 전 한 지자체가 해당 지역 중고등학생 360명을 대상으로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200여명이 “졸음을 떨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하루 3병씩 마시는 사람도 있다?” 편의점 줄서서 사는 ‘이 음료’ 자칫 큰 병 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서울 송파구 중학교에 다니는 A군(15)은 “점심 먹고 나서 1캔은 기본이고, 시험기간이나 좀 졸리면 3~4캔은 먹는거 같다”며 “확실히 먹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친구들은 거의 다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몸무게 60㎏ 청소년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150㎎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카페인 음료는 한 캔(250~355㎖)에 60~100㎎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즉 3캔을 마시면 일일섭취권고량의 2배까지 높아진다.

문제는 청소년기 카페인 과다섭취가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A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 섭취 자체가 청소년 성장 발육에는 안 좋을 수 있다”며 “많이 마시면 위장장애나 구토가 생길 수 있어 사실 컨디션 조절에 방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루 3병씩 마시는 사람도 있다?” 편의점 줄서서 사는 ‘이 음료’ 자칫 큰 병 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카페인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은 심장 박동 수 증가, 가슴 두근거림, 혈압상승을 유발하고 위산분비 촉진, 위궤양,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위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철분과 칼슘 흡수를 방해해 빈혈, 성장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몇 년 전 미국에서는 고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신 고등학생이 사망하거나 전신경련을 경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 여러 나라에서는 고카페인 음료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스웨덴(15세), 아일랜드 (16세), 미국 미시건(18세)에서는 특정 연령 미만에게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호주에서는 약국에서만 판매한다. 터키, 우루과이에서는 청소년에게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교내 판매만 금지할 뿐 편의점 등에서 연령 제한 없이 쉽게 구입 가능하다.

A 교수는 “카페인이 심리적인 의존이 있는 물질이어서 과량 섭취하게 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며 “자신감이 떨어지고 수면부족으로 예민해지면서 신경질적이 되거나 강박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