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카페인 수혈 또는 노동 음료.”
올해 1월 미국의 요리 전문매체 테이스팅테이블(Tasting Table)은 한국인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은 단어로 설명했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일을 하기 위해 가장 선호되는 음료’라는 분석이다.
외국 매체가 한국인의 커피 섭취를 분석할 정도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커피 소비대국’이다. 많은 양을 마시는 만큼 섭취방법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의 각종 효능을 입증한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마시는 방법에 따라 커피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회용 컵에 뜨거운 커피→미세플라스틱 ‘최대’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67잔이다. 이는 551잔을 기록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로, 전 세계 평균인 161잔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367잔이면 거의 매일 커피를 마시는 셈이지만 건강에 이롭지 못한 방법으로 마시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일회용 컵’에 담은 ‘뜨거운’ 커피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커피를 매일 일회용 컵에 마신다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377잔으로 계산)을 고려했을 때 노출되는 미세플라스틱양은 연간 약 2639개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고, 뜨거운 음료는 텀블러나 머그컵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권했다.
일회용 컵에 뜨거운 커피를 담는다면 플라스틱 속 화학물질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나노플라스틱(초미세플라스틱)은 고온에서 더 쉽게 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학술지 ‘환경과학기술저널(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실린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논문에 따르면, 일회용컵에서 ℓ당 조 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용출됐으며, 물의 온도를 22도에서 100도로 올리자 용출되는 양은 약 2배 증가했다.
미세플라스틱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대장염, 크론병 등 과민성 장 질환 유발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중국 난징의대 연구팀은 2021년 학술지 ‘환경과학기술’에 실린 논문에서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대변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뜨겁게’ 마신다→식도암 유발 가능성 ‘증가’
뜨거운 커피는 일회용 컵에 담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65도 이상’으로 제공되는 뜨거운 음료를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위험요인인 2A군으로 분류했다. 커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뜨거운 온도가 식도암 위험을 높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6년 ‘란셋 종양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는 60~64도 차를 즐겨 마신 집단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식도암 위험이 2배 높았으며, 65도 이상 뜨거운 차를 가장 자주 마신 집단의 경우 식도암 위험이 8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영국 케임브리지대·브리스톨대, 스웨덴 카롤린스카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저널(Clinical Nutrition journal)’에 실린 논문을 통해 “뜨거운 음료는 암의 전조인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생쥐 실험에서 식도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식도는 위장과 달리 보호막이 없어 외부 자극에 쉽게 손상된다는 지적이다.
WHO가 경고한 뜨거운 차의 온도는 65도 이상이지만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는 ‘핫아메리카노’는 보통 이보다 높은 80~85도 정도다. 뜨거운 커피를 받은 후에는 6~7분 정도 뚜껑을 열어놓고 식힌 뒤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