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쳐간다”, “여보, 여긴 지옥”…집 전화한 러병사들 도청해보니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여행객들이 지하철 객차로 모여들고 있다. 공습경보 사이렌은 우크라이나에서 자주 울린다. 사이렌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이날 극비리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시간대에도 울렸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많은 사람들이 내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해. (…) 여기 같은 지옥은 본 적이 없어." (러시아 병사)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이 본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한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번 녹취록은 러시아군으로부터 도청한 통화 내역 2000여건 중 일부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 기지국을 통하는 러시아 병사들의 통화를 도청해 자국 군인에게 정보를 제공 중이다.

이에 따르면 한 러시아 병사 A는 아내와의 통화에서 "많은 이들이 내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만약 집에 돌아가게 된다면 왜 우리가 술을 마시는지 얘기해주겠다"며 "여기 같은 지옥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병사 B는 어머니와의 초기 통화에선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일주일 안에 키이우를 점령하는 일'이 러시아군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쟁은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이에 그는 어머니에게 약탈 행위를 설명했다. 더 나아가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죽이고 있다는 취지의 상황도 알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민간인들은 도망치거나 지하실로 대피하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거리에 돌아다니는 이들은 '진짜 민간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러시아 군은 병가를 얻기 위해 자기 다리에 총을 쏘고, 공포와 가족에게 돌아갈 보상금을 위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로켓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아파트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당국은 이날 공격으로 최소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연합]

또 다른 병사 C는 가족에게 통화로 "이곳은 나를 미치게 한다"며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을)죽이겠다"고 했다. 그는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내 양심은 깨끗하고 그들이 먼저 발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내 아이가 무고한 사람을 죽인 것처럼 보도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밝혔다. C의 어머니도 "아들은 약탈은 고사하고 살인에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같은 매체에서 설명했다.

yu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